21대 국회에서 법관 증원법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법원이 일선 판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증원' 이외의 당근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격무에 시달리는 형사재판부에 성과급을 더 주거나나 원격근무(스마트워크)를 허용하는 방안 등이 고려된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5일 법원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전국 법원 방문 후속 조치 관련 안내 말씀'을 게시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을 돌면서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었는데, 이를 반영해서 준비 중인 구체적 방안을 안내한 것이다. 여야 합의 불발로 사법부 최대 숙원 사업인 법관 증원법(판사정원법 개정안)이 무산된 상황을 고려해, 유능한 인재 유출을 막고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사법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기 진작 방안을 들고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그 중 두드러진 것은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형사재판부의 직무성과급 증액이다. 법관들 사이에서 형사재판부는 대표적인 비선호 보직이다. 사건마다 쟁점이 복잡해 업무량이 많고, 최근 예규 개정으로 사무분담 기간까지 늘어나 법관들 사이에서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에 대법원은 과거보다 인상된 직무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올해 열릴 직무성과금심의위원회에서 합리적 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무분담 형평성을 고려하는 방안도 있다. 대법원은 올 하반기부터 격무 재판부에 국제화 연수 기회를 부여하고, 수당·경비 신설 등에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종전 법원에서의 사무분담을 따져 반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스마트워크를 주 1회에서 주 2회로 늘리는 방안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스마트워크는 판사가 재판이 없는 날 자기 집에서 가까운 법원으로 가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판사들은 지방 이동이나 근무가 잦아 스마트워크를 선호한다. 9월 말 시범 실시 후 내년에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 자녀 양육(임신 중, 영유아, 다자녀 등)이나 기타 불가피한 사정(가족 돌봄 등) 등 구체적 요건은 추후 공지한다.
효율적 재판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형사 전자 사본 서비스 확대 △민사·가사·행정사건 전면 전자화 △판결서 적정화 등의 계획도 포함됐다. 이런 방안은 법조일원화(경력 변호사를 법관으로 선발)나 평생법관제도(법원장 임기 후에도 일반 법관으로 정년까지 일하는 것)에 어울리는 심리 효율화 대책이다.
행정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여러 사안들에 대해서도 계획을 밝혔다. 특히 이번에 폐기된 법관증원법에 대해선 22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