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가 관내 특정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용역사업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올해 5월까지 한 토목설계 업체에만 15건의 용역사업이 몰리는 등 이례적으로 많은 수의계약 체결사례가 알려지면서다. 시의회도 조사에 나섰다.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산시와 각 구청 등은 올해 1월 1일~5월 31일 732건의 용역 수의계약을 맺었는데 A업체에 15건의 건축 및 토목 설계를 맡겼다. 공사금액은 3억 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동종업계의 다른 7, 8개 업체가 보통 1~3건(5,000만~6,000만 원) 정도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많다. 이 업체는 전임 시장 때인 2022년 1~6월 9건의 용역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는데, 그때보다 40%가량 늘었다. 수의계약은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에 따라 가격 2,000만 원 이하의 공사 용역 물품에 대해 발주처(정부·지자체 등)가 임의로 계약상대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관내 광고기획 및 광고물 제조업체인 B사도 많은 수의계약을 따냈다. 이 업체는 안산시가 2022년부터 업체당 공사 수의계약을 연간 최대 8건(금액 1억6,000만 원)으로 제한했는데, 지난해만 11건을 수주했다. 다만 시는 수의계약 제한은 구청 등을 뺀 본청 발주 공사 기준이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본청 기준 지난해 수의계약 건수는 7건이다. 해당 업체는 2022년 7월 민선8기 출범 후 공사 외에 물품·용역 수의계약까지 더해 총 28건의 수의계약을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금액은 4억 원에 달한다. 일부 업체는 수의계약제한 규정 등을 피하기 위해 대표자 본인 외의 또 다른 가족 명의 업체까지 만들어 여러 건의 수의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업체 관계자는 “가족 및 직원 명의로도 업체를 세워 특정 부서의 공사 및 용역 계약을 싹쓸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특정업체에 수의계약이 몰리는 것과 관련, 시 간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들여다볼 방침으로 알려졌다. 박은정(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업체명까지 바꿔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다”며 “관내 영세 업체에 더 많은 기회를 주려 도입하려 한 취지와 달리 특정업체에 몰아주기 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특정업체만 준다는 식의 문제 제기가 계속돼 공사와 물품 수의계약은 연간 계약 횟수를 제한해 쏠림 현상을 최대한 방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각 부서에서 일 잘하는 업체에 일을 많이 줄 수는 있지만, 간부 공무원들의 강요나 개입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정업체 수의계약 몰아주기 논란이 이어지자, 경기 파주시와 경남 거창군 등은 2022년부터 한해 동일 업체와 맺는 수의계약을 각각 5, 6회로 제한하는 ‘수의계약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