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인증 부정에 4만 협력업체 흔들… "일본 경제 전체에 부담"

입력
2024.06.04 16:30
17면
일본 제조업 출하액 20%가 자동차 관련
자동차 공급망 연관 업체 6만, 도요타 4만
GDP 회복 주춤 우려… 신뢰도 하락도

일본 대표 제조업체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 업체 5개사의 품질 인증 취득 부정행위로 일본 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당분간 문제가 된 차종의 출하 중단으로 약 4만 개에 달하는 도요타 거래처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일본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신뢰도 하락으로 향후 전기차(EV) 등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 국토교통성 현장 검증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날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본사를 찾아 현장 검증에 착수했다. 기술 담당자들로부터 차량 인증 시험 중 부정이 발생한 데 대한 경위를 들었다. 추가 조사를 종합해 행정 처분과 '형식 인정' 취소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토교통성은 전날 도요타와 혼다, 마쓰다, 야마하발동기, 스즈키 등 5개 업체가 '형식 지정' 인증을 받기 위해 자동차 성능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부정으로 인증받은 차종만 38종이며, 이 중 지금도 생산 중인 6종에 대해서는 출하 중단 조치를 내렸다. 도요타가 3종으로 가장 많고, 마쓰다와 야마하발동기가 각각 2종, 1종이다. 도요타가 1966년 출시 후 5,000만 대 이상 생산한 스테디셀러 차종인 '코롤라'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도요타는 보행자 보호 시험과 관련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충돌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성장 발목 잡은 다이하쓰보다 영향 더 클 듯

일본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도요타 본사의 부정행위는 일본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도요타 자회사 다이하쓰가 지난해 12월 부정행위로 지난 1월 공장 가동을 중단한 여파로 올해 1~3월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0.5%를 기록한 바 있다. 다이하쓰 공장 재가동으로 4~6월 GDP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 사태의 여파로 주춤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자동차는 일본 전체 제조업 출하액의 20% 정도를 차지하며, 업계 종사자(550만 명)는 일본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약 10%에 달한다. 닛케이는 "도요타에 부품을 대는 납품사가 1,000곳 이상으로, 이 회사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일본 자동차 업체 8곳 공급망의 영향을 받는 기업 수는 5만9,193개고, 이 중 도요타 관련 업체가 3만9,113곳"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일본 업체에 대한 경쟁력과 신뢰도 하락도 예상된다. 닛케이는 "품질을 무기로 세계에서 사업을 확대해 온 일본 자동차 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며 "EV 등 중국 업체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도쿄= 류호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