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음주운전 은폐' 곽명우, 선수자격 1년 정지 징계

입력
2024.05.31 16:31
16면
'솜방망이 처분' 비판도

가정폭력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도 경기에 출전하는 등 관련 사실 은폐 의혹으로 논란이 된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곽명우(33)가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선수자격 1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심지어 음주운전이 적발돼 처벌 받은 사실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배구연맹은 31일 서울 마포구 사무국에서 곽명우의 통신비밀보호법 및 상해 혐의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징계를 내렸다.

상벌위원회는 "선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건 프로배구 리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판단했으며, 다시는 유사한 위반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가 잘못을 깊이 뉘우쳐 반성하는 점, 법원 판결에서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해 피해자가 선수에게 최대한 관대한 처벌을 해줄 것을 탄원한 사실을 고려한 점 등을 참작해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연맹에 따르면 상벌규정 3장 제10조 1항은 '성범죄(성희롱 포함), 폭력, 음주운전, 불법약물, 도박, 승부조작, 인종차별, 과거에 발생한 학교폭력, 인권침해 등 사회의 중대한 범죄행위 및 이에 준하는 사유로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 등이 징계사유다. 징계수위는 경고부터 제명까지 내려질 수 있다.

곽명우는 앞서 아내 폭행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9월 1심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40시간의 가정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려졌다. 그러나 곽명우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최근 2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됐다.

문제는 곽명우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OK금융그룹 측은 곽명우와 관련한 사실 파악 과정에서 최근 재판을 통해 2021년 음주운전을 하다 벌금형 처벌을 받은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구단 측은 이러한 사실들을 모른 채 지난달 현대캐피탈과 맞트레이드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구단 측은 지난달 19일 현대캐피탈에 세터 곽명우를 내주고 미들 블로커 차영석과 2024~25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현대캐피탈 배구단에 곽명우 관련 제보가 들어왔고, 25일 곽명우는 양 구단과의 미팅 자리에서 재판 관련 사실을 실토했다. 현대캐피탈은 곧바로 트레이드 거부 의사를 밝혔고, OK금융그룹도 현대캐피탈과 함께 연맹에 트레이드 공시 철회를 요청했다.

상벌위원회는 이날 OK금융그룹의 소명을 듣고 징계 없이 "연맹과 구단에 더욱 철저한 선수 관리 및 운영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고만 했다.

그러나 상벌위원회의 징계수위를 두고 뒷말도 나온다. 폭력과 음주운전 등 사안이 중대할 뿐만 아니라 이를 은폐한 정황이 포착되고도 선수자격 1년 정지는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다. 배구계 한 관계자는 "상벌위원회는 곽명우가 피해자와 합의한 부분에 무게를 두고 징계를 내린 듯하다. '1년 뒤 복귀 가능' 징계는 배구계에 경각심을 주기엔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강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