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이 10만여 영웅시대와 함께 상암벌을 하늘빛으로 꽉 채웠다. 한층 짙어진 감성과 탄탄한 목소리로 상암벌을 정복한 임영웅은 더 큰 꿈을 향한 발걸음을 약속하며 영웅시대의 기대를 높였다.
임영웅은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IM HERO - THE STADIUM)' 2회차 공연을 개최했다.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양일간 개최된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개최된 임영웅의 전국투어 콘서트 앙코르 공연으로, 임영웅은 지난해 11월 '아임 히어로' 서울 공연 당시 직접 서울월드컵경기장 단독 앙코르 콘서트 개최를 예고해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더 큰 우주가 되겠다"라던 임영웅의 말처럼, 이번 공연은 임영웅의 국내 공연 중 최대 규모로 그의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앙코르 콘서트를 통해 '상암벌'로 불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첫 입성한 임영웅은 양일간 총 10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적수 없는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임영웅의 공연을 앞두고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공연 시작 이후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굳은 날씨도 콘서트를 향한 팬들의 뜨거운 열정을 막진 못했다. 이날 공연은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됐지만, 수많은 팬들은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아 기념 스탬프 찍기, 엽서 보내기, 히어로 익스프레스 등 현장에 마련된 체험 부스를 즐기거나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상부가 뚫린 형태의 실외 스타디움이지만, 그라운드를 제외한 객석 위쪽으로 비를 막아줄 수 있는 천이 설치돼 있어 일찍이 입장한 팬들은 비교적 비에 노출되지 않은 환경에서 공연을 기다릴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임영웅은 콘서트 입장시 관객 전원에게 무료로 우비를 제공하는 통 큰 결정으로 팬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라운드 잔디 훼손 최소화를 위한 노력도 빛났다. 축구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개최한다는 소식에 많은 축구 팬들이 우려를 드러냈던 바, 잔디 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그라운드석을 없애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화제를 모았던 임영웅은 이날 잔디를 침범하지 않은 4면 돌츨 무대, 잔디 위를 덮는 흰 천 설치 등으로 잔디 보호에 만전을 기했다.
이날 비장한 모습으로 메인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임영웅은 "영웅시대 소리 질러"라는 외침과 깜짝 댄스 퍼포먼스로 상암벌의 열기를 달궜다. 이후 환한 미소와 함께 '무지개'로 무대의 포문을 연 임영웅에게 팬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이후 그라운드 중심에 설치된 중앙 무대로 이동한 임영웅은 '런던보이' '보금자리'로 공연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내내 내리던 비가 공연 시작 후에도 이어지면서 그라운드 위 중앙 무대에서 무대를 선보인 임영웅은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공연을 펼쳤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밝은 미소로 팬들에게 에너지를 전했다.
이어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임영웅은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축구 할 때도 수중전이 재미있다. 비가 오는 날 축구가 좀 잘 되더라. 아마 오늘 노래도 조금 더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우리한테 이깟 날씨 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비 오는 날 언제 공연을 해보겠나"라는 의연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비를 맞으며 공연을 하는 본인을 향한 팬들의 걱정을 우려한 듯 "어제는 두꺼운 옷 때문에 조금 더웠는데 오늘은 비를 맞으니 시원하고 좋다"라고 말한 임영웅은 "그리고 오늘 제가 몸이 좋다. 아까 잔디 위에서 축구를 조금 했더니 몸이 다 풀려서 컨디션이 아주 좋다"라고 말해 응원의 함성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임영웅은 "1년 넘게 준비한 공연인데 두 번만 하고 끝낸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라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말 제 모든 걸 갈아넣었다 싶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준비한 공연인데, 이제 이 다음에는 제가 뭘 해야 할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나"라고 말한 뒤 "이보다 더 큰 공연장에서 한다 해도 가득 찰런지 모르겠다. 여기까지가 끝 아니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꾸준히 공연 규모 확대에 대한 염원을 드러내 온 영웅시대(임영웅 공식 팬클럽명)는 뜨거운 함성을 전했고, 임영웅은 "과연 영웅시대의 한계는 어디일지 앞으로도 더 큰 꿈을 한 번 펼쳐보도록 하겠다. 어디가 됐든 여러분들과 함께라면 신나게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또 다른 도전을 암시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 2회차 공연을 개최한 임영웅은 "어제 처음 밑에서 올라왔을 때 너무 울컥하더라"는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울컥해서 그 울음을 참느라 혼났는데 오늘은 그래도 씩씩하게 올라왔다. 울컥한 티가 안 나지 않았나"라며 "어제보단 조금 덜한 것 같은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신나게 뛰어놀아 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임영웅은 '계단말고 엘리베이터' '소나기' '사랑해요 그대를' '따라따라' '이제 나만 믿어요' '연애편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바램' '온기' '모래 알갱이' '우리들의 블루스' '아버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파트' '남행열차' 등 자신의 히트곡과 최근 발매한 신곡을 총망라한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 중간 중간 팬들을 향한 임영웅의 특급 팬서비스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임영웅은 콘서트 내내 그라운드 외곽에 설치된 돌출 무대를 돌아다니며 관객석 곳곳을 채운 팬들과 가까이 호흡한데 이어 2층 객석에 앉은 팬들을 위해 직접 열기구를 타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들께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공연장이 너무 커서 쉽지가 않더라. 그래서 준비해 봤다"라며 "2층에 계신 여러분 제가 여러분들 옆으로 다가가겠다"라고 말한 뒤 열기구를 타고 2층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사랑해 진짜'를 열창했다.
해가 지면서 비는 더욱 거세졌지만 임영웅의 무대는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임영웅은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무대를 펼쳤음에도 "빗속에서 (노래를) 부르니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다. 하늘이 저를 위해 특수효과를 준 것 같다. 훨씬 더 이입이 잘 됐다"라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날 '아비앙또(A bientot)' '두 오어 다이(Do or Die)' '홈(Home)' '히어로(HERO)'로 본 공연을 마무리한 임영웅은 "오늘 기적같은 순간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며 "여기까지 와주신 모든 분들 너무 감사하다. 사랑한다"라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