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경영 승계절차를 개시하고, 자격 요건을 구체화해 경영자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사외이사 지원 조직을 경영진과 분리해 독립성도 강화한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이런 내용의 은행권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행상황을 점검했다.
그간 금융권은 CEO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고, 사외이사 대부분이 CEO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해 '거수기' 노릇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최근 NH투자증권 CEO 선임과 관련해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사이 갈등이 드러나면서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금감원은 이에 지난해 말 30개에 달하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최종안'을 마련하고 1분기 중 8개 은행지주 및 16개 은행별 이행계획을 제출받아 점검했다.
그 결과 모든 은행이 현 CEO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 경영 승계절차를 개시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은행 대부분이 CEO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후보 검증 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11개 회사는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 지원 전담조직(이사회사무국) 설치를 완료했으며, 대부분의 은행이 연내 이행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상당수 은행이 사외이사 지원조직을 CEO 소속 부서 내에 두고, 업무총괄자의 평가 등을 경영진이 전담해 독립적 운영이 어려웠다. 또 사외이사에 충분한 안건검토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은행이 회의 자료를 최소 7일 전에 송부하는 내용을 내규화했다.
다만 일부 은행의 경우 이행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이행 여부 및 시기가 불명확한 항목이 있는 만큼 금감원은 23일부터 은행 이사회들과 순차적으로 간담회를 갖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검사업무 수행 시 모범 관행을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각사별 특성에 맞게 건전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