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편 기장입니다."(뉴욕발 인천행 KE082편)
"현재 앞에 라이트 터뷸런스(약한 난기류) 예상됩니다. 현재 고도 계속 유지해주시는 걸 추천합니다."(대한항공 통제센터 운항관리사)
"네 알겠습니다. 고도 3만8,000피트 유지하겠습니다."(KE082편 기장)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종합통제센터(OCC). 운항관리사가 항로를 운항하는 비행기를 살피며 난기류 정보를 기장에게 전화로 설명하자 기장은 이를 참고해 고도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직원들은 바삐 움직이며 항로 앞에 예상되는 난기류를 살피는 데 집중했다. 이 센터는 전문가 240여 명이 하루 평균 400여 편의 항공기가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게 대응한다. 이곳 직원들은 24시간 3교대로 일해 잠들지 않는 '지상 조종실'로 불린다. 이날 대한항공은 지난해 최신 설비로 새 단장한 OCC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난기류 등 사고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하게 비행하는데 이곳 근무자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당장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 급강하했고 좌석벨트를 풀고 있다가 미처 대처하지 못한 승객 100여 명이 천장에 부딪혀 머리·목·척추 등을 다치고 1명이 사망한 사고를 접하며 센터 관계자들은 다시 한번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용진 통제전략팀 부장은 "앞서 간 항공편 기장이 터뷸런스가 있거나 항공기에 달린 장비로 측정된 수치가 OCC에 오면 항공사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OCC가 실시간으로 수십 개 비행 항로 중 가장 적합한 경로를 제안해 난기류로 인한 비행기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객실훈련센터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2003년 대한항공 본사 건물 옆에 개관했는데 보잉 747 등 항공기 동체 일부와 똑같은 모형 시설에서 비행 중 생길 수 있는 상황을 객실 승무원 등이 훈련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승무원들은 다양한 기내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 훈련을 연 1회 실시하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훈련과 교육이 진행된다.
특히 이날 승무원은 기내 난동과 같은 불법 방해 행위에 대처하는 훈련을 보여줬다. 늘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는 승무원이지만 취객이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되풀이하는 승객에게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먼저 구두 경고를 하고 이에 불응한 채 난동을 부리면 승무원은 전기 충격총 같은 보안 장비로 재빨리 제압하는 훈련을 받는다. 객실 승무원은 이때 사법경찰관 지위를 법적으로 갖는다.
객실훈련원장 박관영 수석은 "항공기 내 난동 사례는 해마다 는다"며 "승무원이 승객을 결박한 일도 지난해는 한 건이었지만 올 들어 1~4월에만 다섯 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사 측은 처음으로 언론에 항공의료센터를 살펴보게 했다. 기장과 승무원의 건강 상태 역시 안전에 큰 영향을 주는데 특히 조종사는 비행 때마다 시각, 청각 등 건강을 체크하고 문제없음이 확인돼야 운항에 나설 수 있다.
최윤영 항공의료센터장은 "비행 중 스트레스 사건을 겪은 승무원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관리를 위한 상담도 이뤄진다"며 "운항 승무원의 심리 상태, 음주를 비롯한 생활 습관, 인지 기능 등 정신 건강의 다양한 영역이 폭넓게 다뤄진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대한항공은 이날 안전 정책을 세우고 점검하는 항공안전전략실과 항공기 정비 인력만 약 3,100명에 총 5개의 정비 격납고를 갖고 있는 정비 격납고 등도 소개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는 "항공기 운항은 지상에서 모든 것이 준비돼야만 완벽한 안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1997년 문을 열었다"며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한항공의 최우선 가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