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직구 규제' 철회에도… 서울시 "해외 온라인 플랫폼 제품 검사 확대"

입력
2024.05.20 17:04
吳 "정부 손 놓으면 그것이야말로 문제"
정부 비판 여당 중진들과 다른 목소리

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의 ‘직접 구매(직구) 규제’를 사흘 만에 철회한 가운데 서울시는 안전성 검사를 어린이용품 뿐 아니라 생활 품목까지 확대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달부터 5차례에 걸쳐 매주 안전성 검사를 한 결과 10건 중 4건꼴로 유해성이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시는 지난달 8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안전확보대책’ 발표 후 지금까지 아동용품을 중심으로 78개 제품을 검사했는데 31개(39.7%)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어린이용 머리띠에서 불임, 조산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DBP)가 기준치보다 최대 270배 넘게 나오기도 했다. 시는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은 플랫폼 업체에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시는 앞으로 냄비·도시락 등 식품용기와 일회용컵·종이 냅킨 등 위생용품 등 생활용품까지 안전성 검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 부처 간 안전성 검사가 중복되지 않도록 관세청과 협의해 검사 대상과 시기를 공유하는 등 협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편이냐 생존이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해외 직구와 관련해 시민 안전위해성, 국내기업 고사 우려라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안전과 기업 보호는 직구 이용자들이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썼다. 그러면서 “유해 물질 범벅인 어린이용품, 500원 숄더백과 600원 목걸이로 기업 고사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손 놓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제”라며 “모든 정책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고 정부와 여당은 늘 책임 있는 자세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작은 것도 빈틈없이 살핀다는 뜻)해야 할 때에 마치 정부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도 덧붙였다. KC 미인증 제품의 해외 직구 금지를 둘러싸고 혼선을 빚은 정부를 비판한 여당 중진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한편으로 서울시가 시민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는 걸 선명하게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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