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어깨 부상 탓에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수술과 재활 기로에서 수술을 택해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꿈의 무대를 밟은 지 한 달 반 만에 이탈한 이정후는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다시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19일(한국시간) 이정후를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닷새 전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서 옮긴 것이다. 구단은 전날 “이정후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재검진을 받았고, 수술을 권유받았다”며 “이정후는 앞으로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는다”고 시즌 아웃 소식을 발표했다. 수술 후 재활에만 6개월 정도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정후는 3월 말 개막전부터 팀의 1번 중견수로 뛰었지만 지난 13일 신시내티전에서 부상 암초를 만났다. 1회초 수비를 하던 중 타구를 잡으려다 펜스에 강하게 부딪쳤다. 검진 결과 왼쪽 어깨에 구조적인 손상이 발견돼, 결국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정후의 첫해 성적표는 37경기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41다.
수술이 결정된 다음 현지 취재진을 만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한 달 반의 시간은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며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며 “지난 일을 돌이킬 수 없으니 내가 해야 할 일만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 넥센(현 키움)에서 뛸 때 어깨 수술을 받고 성공적으로 복귀한 경험이 있다. 2018년 6월 19일 두산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쳐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다. 한 달 만에 부상을 털고 복귀했으나, 그해 10월 20일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몸을 던져 수비하다 왼쪽 어깨를 또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우려와 달리 4개월 만에 재활을 끝내고 2019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렀다.
이정후는 “2018년에도 같은 수술을 받았고, 이후 건강하게 뛰었다”며 “메이저리그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열심히 재활해 다시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