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광주 시민 무력 진압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빚은 존 위컴 주니어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의 부고 전문 사이트인 레거시닷컴은 위컴 전 사령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州) 오로밸리에서 사망했다고 17일 전했다.
고인은 1979~1983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재임하며 1979년 10·26 사태(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와 같은 해 12·12 사태(신군부 쿠데타), 이듬해 5·18 운동, 신군부의 집권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목격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끄는 신군부가 국가 권력을 장악해 가던 당시 전시와 평시 작전통제권을 모두 갖고 있던 고인은 한국 육군 20사단을 광주 시위 진압에 투입하려 하니 작전권을 잠시 이양해 달라는 신군부 측 요청을 받고 수락했다. 이에 대해 그는 1999년 발간한 회고록 ‘위기의 한국(Korea on the brink)’을 통해 “전두환과 그의 동조자들에게 권력의 통제권이 넘어간 현실을 인정하고 그들과 협력하는 게 미국의 안보 이익과 부합한다”는 내용의 전문을 1980년 5월 19일 해럴드 브라운 당시 미국 국방장관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다만 잔혹한 무력 진압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나중에 해명했다. 2007년 5·18 운동이 소재인 한국 영화 ‘화려한 휴가’의 개봉을 앞두고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보낸 이메일에서 그는 당시 신군부가 공수부대의 투입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고, 군이 시민을 상대로 무력 진압에 나섰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한국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즉각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 비하 발언도 유명하다. 그는 1980년 8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전두환 대장이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며 “한국인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복종할 테니 민주주의가 그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고인은 1983년 한국 근무를 마친 뒤 그해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에 의해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됐고, 1987년 전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