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에 곤충 동양하루살이가 예년보다 일찍 출몰했다. 밤이 되면 불빛을 향해 몰리는 습성에 도심 상가 간판, 지하철 열차 안에서도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는 "지금 경의중앙선 열차 상황"이라며 지하철 내부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동양하루살이로 보이는 벌레 수십 마리가 열차 벽면과 손잡이, 광고판 등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담겼다. 작성자 A씨는 "정체불명의 벌레들이 열차 안에 가득하다"며 "그래서 그런지 좌석이 많이 비어있다"고 전했다.
벌레의 정체는 하루살이과 곤충인 동양하루살이다. 몸통은 2~3㎝이지만, 날개를 펼치면 5㎝로 화려해 '팅커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낮엔 풀숲 등에 서식하다가 밤이 되면 불빛이 있는 주택, 상가 등으로 날아든다. 한 누리꾼은 10일 X에 "성동구에 동양하루살이가 또다시 대거 출현했다. 살려 달라"며 식당 조명 아래 동양하루살이 수백 마리가 붙어있는 모습을 공유했다.
동양하루살이가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가게 영업, 경기 진행에 방해를 주고 사람에게 달라붙어 불편과 공포를 줄 수 있다. 지난해 5월 18일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경기장에 동양하루살이 수만 마리가 모여들어 화제가 됐다. 당시 목격담에 따르면 환한 조명이 켜진 야구장 하늘이 하얗게 뒤덮였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시야가 가려지고 관객들이 공포에 떠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동양하루살이는 한강 수질이 개선되며 산란 환경이 좋아지면서 개체 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온이 올라가면서 유충을 잡아먹는 민물고기가 줄고, 개구리와 잠자리 등 천적이 감소해 개체 수가 급증했다. 올해는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더운 4월로 기록될 정도로 따뜻해 예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출몰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는 동양하루살이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처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9일 한강 주변의 공원, 하천변 등에 '해충퇴치기'를 가동하고 신고 접수 시 방역기동반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동양하루살이 떼를 피하는 방법도 안내했다. 야간 조명 밝기를 줄이거나 부득이한 경우 노란색 계열의 등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모기장이나 방충망을 설치하면 좋고, 창문 등에 붙은 동양하루살이는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