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팔아 번 돈으로… 어린이 600명에게 간식 쏜 80대

입력
2024.05.07 20:00
80대 A씨, 어린이집 11곳에 간식 기부
고물 수거하고 시장 배달하며 모은 돈
"아이들 미소 짓는 세상 만들었으면"

고물을 수거해 생계를 유지하는 80대가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600명에게 간식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80대 A씨가 지난 2일 어린이집 11곳에 젤리, 과일, 과자, 빵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 꾸러미 600개를 기부했다.

긴급 주거복지 대상자였던 A씨는 낮에는 시장에서 배달을 하고, 밤에는 고물과 폐품을 수거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A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아이들이 미소 짓는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해부터 어린이집에 간식을 기부해왔다. A씨는 과거 자신의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후회와 미안함으로 아이들에게 간식을 기부하게 됐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이들에게 줄 간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였다. 과일을 살 때 판매자에게 품질이 좋은 물건으로 골라달라고 신신당부하고, 과자 종류를 고르는 데도 2주가 넘게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 양이 지난해보다 늘어나면서 A씨는 광주 동구 충장동 통장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통장단과 자원봉사자 등 20여 명이 A씨가 준비한 간식을 600개로 소분하고 각 어린이집에 배달했다.

이양섭 통장단 회장은 "A씨의 깜짝 선물을 받은 어린이들이 행복해할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며 "통장단 차원에서 A씨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볼 계획이다"고 전했다.

어린이날을 맞은 기부의 손길은 A씨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전날엔 세 아이의 아빠가 옷, 과자, 라면과 1,000원짜리 지폐 30장 등을 넣은 상자를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앞에 두고 갔다. 그는 아기를 키우는 어려운 가정을 위해 폐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기부 물품을 마련했다.

또 서울의 한 보육원에선 자신의 얼굴을 가린 한 청년이 100만 원이 든 봉투를 두고 가기도 했다. 이 청년은 손편지에서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항상 불만을 달고 사는 저를 돌아보면 죄스러운 마음도 든다"며 "비겁하고 겁이 많아 이런 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지만,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오늘에, 그리고 내일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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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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