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빼고 다 찬성하는데… 네타냐후가 휴전 반대하는 세 가지 이유는?

입력
2024.05.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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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인질 33명 석방 등 휴전안 거부
"하마스 제거=완전한 승리" 원칙 고수
'연정 내 극우파 이탈 막으려 전쟁 지속'

줄다리기를 이어온 협상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6일(현지시간) 휴전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1차 휴전이 종료된 뒤 5개월여 만에 2차 휴전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안을 또다시 거부했다. 대신 가자지구 '마지막 피란처' 라파에서 지상군 투입 예비 작전에 돌입했다.

하마스가 요구하는 '가자지구 철군과 영구 휴전'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주장이다. 7개월가량 이어진 장기간의 총공세로 하마스를 궤멸적인 상태로 몰아넣었음에도 사실상 '끝장을 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대신 공격을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지속 가능한 평온' 해석 놓고 마찰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최신 휴전 제안은 이스라엘의 필수 요구사항과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중재국인 이집트 정보국장에게 휴전 제안을 수용하기로 통보했다고 발표한 직후다. 세부 사항을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당초 이스라엘이 중재국과 합의한 안과 중재국이 하마스에 전달한 안의 내용이 다르다는 취지다.

미 CNN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하마스가 수락한 휴전안은 총 42일 동안 3단계에 걸쳐 인질을 석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단계에서는 하마스가 붙잡은 이스라엘 인질 33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 명을 풀어준다. 2단계에서는 인질 추가 석방 등 '지속 가능한 평온(sustainable calm)'을 추구하고, 마지막 3단계에서는 향후 3~5년에 걸친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실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2단계에 담긴 '지속 가능한 평온'이라는 표현이었다. 이스라엘은 이 문구가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영구 휴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 상대가 섬멸 대상… 잘될 리 없는 협상

이스라엘 총리실은 다시 이집트에 대표단을 보내겠다며 협상 여지를 뒀지만 희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안을 거부하고 끝장을 보겠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①'하마스 완전 제거'라는 목표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09년, 2014년에도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지만 하마스 완전 소탕에는 실패한 경험이 있다. '발붙일 땅을 그대로 두는 한 하마스는 언제든 재무장할 것이고, 지난해 10월 7일 기습공격과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게 네타냐후 총리의 인식이다. 결국 완전한 승리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를 종식시켜야 달성할 수 있는데, 휴전 상대가 섬멸 대상인 구조에서 협상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②전후 가자지구의 안보 통제권을 이스라엘이 갖겠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 역시 협상을 어렵게 하는 변수다. 하마스가 사라진 가자지구 땅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의미여서 주변 아랍 국가는 물론 미국 등 서방세계까지, 이스라엘 외 모두가 반대하는 구상이다.

"휴전 안 돼" 극우 압박… 이탈 땐 네타냐후 연정 붕괴

무엇보다 ③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현 상태에서의 영구 휴전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득 될 게 없어 휴전을 거부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마스와의 전쟁이 위태로웠던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시켜주자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 등 연정 내 극우 인사들은 지속적으로 "휴전 협상은 하마스의 승리"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네타냐후 우파 연정은 이스라엘 의회 120석 중 64석을 차지하고 있다. 4명만 돌아서면 과반을 잃어 붕괴하게 된다.


위용성 기자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