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파나마의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우파 야당인 목표실현당(RM)의 호세 라울 물리노(64) 후보가 당선됐다.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국가 경제 활성화’가 유권자들에게 먹힌 것으로 분석된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파나마 선거재판소의 개표가 90%가량 진행된 가운데, 물리노 후보는 34% 이상을 득표해 당선을 확정 지었다. 2위를 차지한 중도파의 리카르도 롬바나(50) 후보는 25% 정도를 득표했고, 중도좌파 여당 소속인 호세 가브리엘 카리소(40) 후보의 득표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물리노 후보의 당선은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결과다. 당초 그는 두 번째 집권을 노리던 리카르도 마르티넬리(72) 전 대통령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거에 임했다. 이마저도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을 부통령으로 지명했다가 철회한 뒤 이뤄진 조치였다. 하지만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대선 레이스에서 낙마하자, 선거 이틀 전에야 물리노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이 인정됐다. ‘부통령 후보 변경→대선 후보 대체’라는 과정을 거쳐 대권을 거머쥔 셈이다.
물리노 당선자는 한반도 문제와도 인연이 있다. 법조인 출신인 그는 2010~2014년 마르티넬리 행정부 시절 안보장관을 지내면서 11년 전 북한 청천강호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2013년 청천강호는 지대공 미사일 체계와 미그-21 전투기 2대 등 미신고 무기 240톤을 설탕 포대에 숨긴 채 파나마운하를 지나다가 당국에 적발됐는데, 물리노 당시 장관은 “파나마운하는 중립적으로 운영돼도 국가로서의 파나마는 중립이 아니다”라며 고강도 수사를 주도했다. 파나마 검찰은 실제 청천강호 선장과 선원 30여 명을 기소했다.
친(親)미국 성향인 물리노 당선자는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의 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토목 공사(철도 건설)를 통한 일자리 창출, 기업 친화적 시장 개방 등이 대표적인 정책 사례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의 현지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좌파 집권당 후보의 패배로 중남미의 핑크타이드(온건 좌파 정권 득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