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카타르에 본사를 둔 중동권 유력 매체 알자지라방송을 5일(현지시간) 자국에서 폐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알자지라가 이스라엘에 불리한 취재·보도를 이어와 자국 안보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 언론 및 인권 기구들은 '이스라엘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재로 열린 각료회의에서 이스라엘 내 알자지라 사무소 폐쇄 및 알자지라 취재·보도 활동 금지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엑스(X)에 "선동 매체 알자지라가 이스라엘에서 폐쇄될 것"이라고 썼다.
행동은 속전속결로 취해졌다. 실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이 '현지 사무소 폐쇄, 장비 압수, 알자지라 방송 송출 중단, 웹사이트 접속 차단 등을 즉각 시행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자마자 이스라엘 통신부 관계자 및 경찰은 동예루살렘 내 알자지라 사무실을 급습해 카메라, 마이크, 노트북 등 각종 장비를 압수했다. 알자지라 방송이 나오던 채널에서는 '정부 결정에 따라 이스라엘에서 알자지라 방송이 중단되었다'는 메시지가 뜨고 있다.
카타르 정부 지원을 받는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내의 전황과 참상을 직접 취재해 전하는 몇 안 되는 언론으로, 특히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군사 작전으로 민간인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집중 보도해왔다. 이스라엘은 이 점을 눈엣가시로 여겼다. 양측이 사실관계를 두고 충돌한 적도 많았다. 알자지라가 개전 초기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있는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공습으로 수백 명이 사망한 데 대해 "이스라엘의 공격"이라고 보도하자 이스라엘이 즉각 반박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지난달 '자국 안보에 악영향을 끼치는 외국 방송사의 활동을 중단할 수 있도록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을 마련해 알자지라 퇴출 기반을 마련했다. 해당 법은 명령 이후 45일 간 적용되지만 얼마든 연장이 가능하다.
이스라엘의 지국 폐쇄 조치에 알자지라는 즉각 반발했다. 알자지라는 "인권과 정보접근권을 침해하는 이스라엘의 범죄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외신기자협회는 "네타냐후 총리가 '국가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고 간주하는 다른 외국 언론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며 "민주주의에 암울한 날"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은 X에서 "알자지라 폐쇄 결정을 철회하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