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이 골든위크(황금연휴·4월 29일~5월 6일) 기간에도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는 날이 있다. 3일 '헌법기념일'이다. 전쟁 포기를 담아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를 개정하려는 우익 진영에 맞서고자 '평화와 생명과 인권을! 5·3헌법집회실행위원회'가 매년 주최해 온 집회의 10주년을 맞은 이날 도쿄 아리아케방재공원엔 3만 명 넘는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최근 일본 자위대의 광폭 행보를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자위대는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제복 차림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야스쿠니신사 관리 책임자인 '궁사'에는 해상자위대 제독 출신이 임명됐고, 자위대 소속 한 부대는 엑스(X)에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버젓이 올렸다. 이들은 자위대의 이 같은 행보가 "'전쟁에 뛰어들 각오'를 심어주려는 위험한 신호"라고 지적한다. 헌법집회실행위 참가 단체 중 하나인 '평화를만들어내는종교자네트워크'의 오노 분코(75) 스님, 다케다 다카오(71) 스님, 김성제(71) 목사를 지난달 18일 도쿄 참의원(상원)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이들은 육상자위대 항공사고조사위원회와 미야코경비부대 소속 수십 명이 지난 1월 9일과 10일 하루 차이로 각각 야스쿠니신사와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미야코신사에 집단 참배한 점에 주목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장소와 시기가 주는 의미가 적지 않아서다.
김 목사는 "새로운 전쟁을 할 경우 목숨을 잃을 병사들의 영혼을 모시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의식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스쿠니신사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을 합사한 곳을 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제국주의 시대 모든 종교와 신사가 일왕을 위해 존재하는 신정일치 체제를 구축했다. 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것은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으로 여겼고, 야스쿠니신사를 이들의 영혼을 기릴 곳으로 만들었다. 김 목사는 "야스쿠니신사를 중심으로 전국 모든 신사가 일왕을 위한 시설,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병사의 영혼을 모시는 곳이 됐다"며 "패전으로 야스쿠니신사의 역할은 끝났는데, 지금 이러한 행보는 '옛 일본군 체제', 즉 패전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위대가 야스쿠니신사에서 집단 참배한 이튿날 미야코신사에서 집단 참배한 것은 '중국·대만 유사시'를 대비하려는 목적이라고 추측했다. 오노 스님은 "일본은 전쟁 당시 맨 위에 야스쿠니신사를, 그 밑에 각 지방을 담당하는 고코쿠신사(호국신사)를 만들었는데, 미야코신사를 고코쿠신사로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유사시 중국의 미사일 공격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은 미야코지마로, 이곳을 지키는 오키나와 병사들을 납득시키고자 참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위대가 대동아전쟁 표현을 쓴 것도 옛 일본군 체제로 돌아가려는 시도와 연결지을 수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대동아전쟁은 2차대전 당시 아시아 국가들을 일본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질서하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용했던 용어로,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표현이자 금기어다. 오노 스님은 "대동아전쟁은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구군 체제 표현으로, 연속성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이 자위대가 국민 곁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주의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다케다 스님은 "중국, 북한을 둘러싼 위협이 높아진다고 해 불안감을 자극하는 동시에 자위대가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려는 의도"라며 "과거 조선인 차별과 멸시로 적을 만들었는데, 지금 이러한 과거의 움직임으로 가고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