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비위 행위의 내부 징계 기준을 강화한다고 알렸다. 경영 일선 복귀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호진 전 회장 측의 내부 통제 강화용이란 해석이 나온다.
태광그룹은 직원 비위행위에 세부 징계 기준을 정한 징계양정규정 표준안을 마련해 모든 계열사에 배포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전에도 일부 계열사가 상벌 규정에 대략 징계 기준을 뒀으나 그룹 차원의 표준안 마련은 처음이며 적용 대상에 임원도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이 표준안은 자금횡령, 법인카드 부정사용, 부당 경비 조성 등 비위 행위별로 징계 등급(경징계, 중징계 등)을 세분화했다. 고의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면직이나 직급 강등 이상의 중징계를 받는다. 협력업체 등 이해 관계자와 불공정 거래를 하거나 금전·향응·접대·편의를 제공받는 행위도 중징계 대상이다. 민원을 불러일으키거나 민원 처리를 소홀히 한 직원도 징계 대상이다.
태광그룹은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자체 감사 역량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강승관 전 서울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장이 1일 그룹 감사실장(전무)으로 부임했다.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 추천으로 지난달 29일 태광산업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우진 서울대 교수도 태광산업 감사위원회에 합류했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 추천 사외이사인 안효성 회계법인 세종 상무도 영입해 감사위원도 종전 3인에서 4인으로 늘렸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 공백 기간 그룹 경영을 총괄한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 등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가 드러나 내부 감사 기능을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그룹은 전체 계열사 감사를 벌여 지난해 9월 티시스 대표였던 김 전 의장을 해임하고 배임 등 혐의로 고소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 등)로 이 전 회장 수사에 착수했다. 그가 '광복절 특사'로 복권(형의 선고로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켜 주는 조치)된 지 두 달 만이다. 앞서 김 전 의장은 경찰에 '이 전 회장의 개인 비위 정황'이라며 각종 내부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의 이번 조치는 표면상 윤리경영 강화 조치로 볼 수 있다. 이전보다는 임직원이 비위 행위를 스스로 경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조치로 권한이 강화되는 조직은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가 아니어서 최고경영진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규모 분식 회계가 일어났거나 금융권과 같이 직원의 대규모 횡령이 일어난 회사가 아니란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이 조치로 권한이 강화된 감사실장은 최고경영진 아래 경영진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처방을 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를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 경영) 성과로 내세워 이 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 전 회장이 '황제보석' 논란을 일으키며 수백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 등)로 8년 5개월에 이르는 재판 끝에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복권까지 된 후라 뒤늦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