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가 사춘기에 접어든 13세 라일리를 그리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불안'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왔고, 불안은 반드시 다뤄야 할 우리 시대의 문제가 됐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에머리빌 픽사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의 켈시 만 감독은 전편에는 없었던 캐릭터 '불안이(Anxiety)'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불안은 사춘기 소녀의 소용돌이치는 내면을 다루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는데,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됐다는 것이다.
오는 6월 국내 개봉하는 인사이드 아웃 2는 2015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이후 월트 디즈니·픽사가 9년 만에 선보이는 속편이다. 전편에서 11세 소녀 라일리의 내면이 기쁨·슬픔·분노·까칠·소심이란 다섯 가지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묘사됐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새롭게 등장하는 불안·당황·부럽·따분이까지 총 아홉 감정이 얽히고설킨다.
사실상의 주인공은 불안이다. 이제 막 등장한 주제에, 그는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를 지켜 온 다섯 감정들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라일리의 삶엔 너희보다 더 복잡한 감정들이 필요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사춘기처럼, 난데 없이 튀어나온 불안이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라일리의 감정 세계를 예측 불가 모험에 빠뜨린다.
불안이는 디자인적으로나 스토리 측면에서도 가장 많은 수정을 거친 캐릭터라고 한다. 만 감독은 "불안은 늘 (우리 내면에서) 악당처럼 취급되지만, 부분적으로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감정"이라며 "예를 들어 나는 오늘을 불안해했기 때문에 어제 인터뷰 답변을 미리 준비하고 입고 나갈 복장을 다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악이 아니기에 캐릭터 역시 너무 나빠보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사랑스러워 보이지도 않아야 했다. 그런 관점에서 계속 깎고 다듬어 탄생한 게 체구는 작지만 큰 눈, 큰 입을 가진 지금의 불안이다.
불안이의 영어판 목소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등에서 호연한 배우 마야 호크가 입혔다. 특유의 허스키하고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불안이 캐릭터와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 만 감독은 여성 배우가 불안이의 목소리를 맡은 것은 "전편의 기쁨이를 대체하는 핵심 감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쁨이는 인사이드 아웃 1편의 메인 캐릭터로, 라일리의 성별에 맞춰 여성으로 표현됐는데 이번 편에서는 같은 이유로 불안이가 여성으로 표현됐다는 설명이다.
전편인 인사이드 아웃은 국내에서도 약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개봉한 '엘리멘탈'이 한국에서만 724만 명의 관객을 동원, 인사이드 아웃을 제치고 픽사 애니메이션 사상 국내 흥행 순위 1위에 오르면서 올해 인사이드 아웃 2가 다시 그 기록을 넘어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 감독은 흥행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나이, 성별, 거주지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에둘러 자신했다.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할리우드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을 둘러싼 찬반이 거세다. 이번 영화 제작에는 AI가 동원되지 않았다지만, 다음 편부터는 AI가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만 감독은 "우리가 만드는 영화의 대부분은 사람의 경험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며 "사람의 이야기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건 사람"이라고 자신했다. 인사이드 아웃 2의 제작을 총괄한 마크 닐슨 프로듀서도 "열성적인 픽사의 제작진이 만들어 내는 마법이 27년 간 늘 나를 놀라게 했다"며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