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플레이브의 가장 큰 목표는 해외 진출입니다."
그룹 플레이브(PLAVE)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라는 한계를 넘어 국내 음악 시장을 섭렵한 플레이브가 글로벌 시장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난해 3월 데뷔한 플레이브는 예준 노아 밤비 은호 하민으로 구성된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이다.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처럼 이들은 멤버 전원이 실제 인간이 아닌 가상 인간으로 구성됐다. 데뷔 당시만 해도 이들이 실제 인간이 아닌 가상 인간으로 구성된 그룹이라는 한계를 깨고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보다 우려가 컸지만, 플레이브는 데뷔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K팝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큰 무기는 가상 인간과 실제 인간의 적절한 융합이었다. 플레이브 데뷔 전에도 가상 인간 붐이 불면서 가상 인간들의 연예계 진출 시도는 종종 있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휴먼리스크를 없앤 '가상 인물'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와 달리 플레이브는 각 멤버마다 일명 '본체'로 불리는 실제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보다 현실과 밀접한 버추얼 아이돌을 선보였다. 모션 트래킹과 실시간 랜더링 기술 등을 통해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동작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같은 방식은 그간 버추얼 휴먼의 가장 큰 한계로 꼽히던 ▲팬들과의 직접적 소통 불가 ▲공감대 형성의 어려움 ▲몰입감 저하 등을 해소했다. 현실성을 갖춘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에 팬덤은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특히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강점을 살려 기존 K팝 팬들은 물론 버추얼 휴먼, 만화 등 2D 캐릭터, 웹소설 등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팬덤까지 흡수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플레이브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K팝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첫 싱글 초동 판매량 7만5,000여 장을 기록하며 출발한 이들은 데뷔 1년여 만인 지난 2월 발매한 미니 2집 '아스테룸 : 134-1'로 초동 57만여 장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입증했다.
팬덤의 화력 역시 뜨거웠다. 플레이브는 지난 2월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동시 시청자 3.6만 명을 기록하는가 하면, 3월에는 MBC '쇼! 음악중심'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며 K팝 시장에 새 역사를 썼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된 첫 단독 팬콘서트 역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당시 선예매 티켓 예매를 위해 접속한 동시 접속자 수는 무려 7만 명에 달하며 플레이브의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정식 데뷔 1년여 만에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진 플레이브는 이제 다른 K팝 아이돌들과 마찬가지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플레이브의 소속사 블래스트 이성구 대표는 플레이브의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 "올해와 내년에 걸쳐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플레이브는 해외 팬 비중이 높은 다른 K팝 아티스트들과 달리 국내 팬덤이 굉장히 큰 편"이라며 "중화권, 동남아권에서 인기가 있긴 하지만 메인 스트림으로 꼽히는 서구권에서는 아직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외 시장의 반응을 솔직하게 바라봤다. 실제로 북미 시장을 비롯한 서구권 음악 시장에서는 실재하는 가수가 아닌 '버추얼 휴먼'에 대한 심리적 허들이 높다. 서구권에도 버추얼 휴먼 시장이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버추얼 휴먼, 그 중에서도 2D 캐릭터로 구현된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인식은 아직 '특정 팬층의 전유물'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플레이브의 해외 진출에 있어 그리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K팝'이라는 또 다른 무기가 있는 만큼 성공 여부를 속단하긴 어렵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K팝 아이돌들이 맹활약하며 하나의 장르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만큼, 'K팝'이라는 차별점을 갖춘 플레이브 역시 버추얼 휴먼이라는 한계를 깨고 해외 시장에서 일련의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현재 플레이브 뿐 아니라 버추얼 엔터테테인먼트라는 장르를 새롭게 개척 중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만의 혁신이 있고,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TV 출연, 콘서트 개최 등에 대한 기술적 준비도 진행 중이다. 또 해외 에이전시와도 미팅을 하고 있으며, 계약이 성사된다면 빠르게 해외 진출을 할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소속사 측은 플레이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최근 하이브와 YG플러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준비를 시작한 상태다. 자금 필요의 목적의 투자가 아니라 해외 진출 가속화를 위해 K팝 엔터 중견기업의 도움을 받기 위한 투자 유치라는 설명이다.
자칫 사장될 뻔한 국내 버추얼 휴먼 활용 엔터 사업에 새 가능성을 제시했던 것처럼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의 성공이 쉽지 않다고 점쳐지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버추얼 휴먼의 새로운 지평을 열 열쇠를 쥔 플레이브의 행보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