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폼과 숏폼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빠른 시청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에 따른 형태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연애남매'나 '나는솔로' 등 잘 나가는 예능들은 길이보단 한 회 속 기승전결을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다. 100분을 넘길지라도 재미와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까지 담아내기 위한 그들만의 전략이다. 결국 미드폼과 숏폼 유행 속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완성도라는 정공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시청자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들은 빠른 속도감에 집중돼 있다. 유튜브와 SNS 등에서 짧은 시간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트렌드가 자리를 잡으면서 숏폼 드라마들도 순차적으로 론칭됐다. 숏폼 드라마만을 다루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이달 오픈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 탑릴스는 바쁜 현대인들의 눈높이를 맞춰 2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촘촘하게 짜여진 기승전결과 세로 화면 연출을 내세웠고 차별화를 꾀했다. TV 방영되는 예능을 제외하고 웹 예능들 역시 대세를 따르기 시작했다. '짠한형 신동엽' '나영석의 와글와글' 등 30분 안팎의 웹 예능들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 가운데 오히려 역으로 롱폼을 무기삼는 예능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웹 예능 '핑계고'는 1시간 이상의 분량으로 압축과 거리가 멀다. 폼 프레임에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담아낼 것을 최대한으로 담아내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러한 분량의 차이는 콘텐츠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핵심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의 MZ세대가 빠른 소비를 추구하더라도 잘 만든 콘텐츠라면 승부수를 띄워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연애 예능에서 톡톡히 발휘된다. 시청자 입장에서 각 출연자들의 캐릭터성과 배경, 서사를 모두 '숙지'해야 더욱 즐길 수 있는 연애 예능에서 분량은 너무나 중요한 무기다. 웨이브·JTBC 공동 제작 예능 '연애남매'는 숏폼과 미드폼 예능들 속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한 회당 90분~100분이 소요되지만 시청자들이 지루하거나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몰입도 넘치는 서사 덕분이다.
이와 관련 '연애남매' 연출자인 이진주 PD는 본지에 분량 관련, "우리 같은 리얼리티는 출연자들의 자유로운 행동에서 나오는행동에 맡기게 된다. 짧은 분량으로는 그들의 매력과 상황을 다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특히 '연애남매'는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나온다. 그 안에서 관계도 행동, 말이 중요했다. 다만 의미없는 말들을 붙이진 않는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화를 넣고 그런 것들이 이야기로 만들어지면서 지금의 분량이 나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애남매' 특성상 출연자들이 페어로 나오기 때문에 분량 조절이 어렵다. 페어로 나오지 않았다면 편집으로 거둬낼 사람이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안에서는 각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든 전개에 영향을 준다. 초반에는 캐릭터를 보여줘야 해서 길어졌다. 또 과거로부터 가져온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또 서사를 다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까 길어졌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