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쉽게 주사할 수 있게 바꾼다'... 서진석표 셀트리온 전략 가동 시작

입력
2024.04.09 18:36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시밀러 개발 착수
2030년경 특허만료 맞춰 조기 기술 확보
주사 편의성 높여 제 2·3 '짐펜트라' 발굴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을 주사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데 필요한 핵심 성분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만든다. 세계 첫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제품인 미국 기업 할로자임의 '하일레넥스'를 복제하는 것이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하일레넥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1상 단계에 진입하기 위한 임상시험용 물질을 생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가 들어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바이오의약품 대다수는 정맥주사(IV) 방식으로 환자에게 투여된다. 주삿바늘이 혈관까지 들어가야 하고, 투여하는 데 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환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하거나 입원해야 하는 게 큰 단점이다. 그래서 유수의 제약사들 사이에서 바이오의약품의 투여 방식을 피하주사(SC)로 바꾸려는 시도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피부 아래 지방조직에 바늘을 넣는 SC 방식으로 바꾸면 투여 시간도 수 분으로 짧아지고 환자가 직접 주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다. 피하조직으로 들어가면 단백질층을 분해해 약물이 쉽게 혈관에 흡수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준다. 덕분에 정맥주사 약을 피하주사 방식으로 변형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이 성분 자체가 피부 미용이나 수술 보조제로도 쓰인다. 과거에는 소, 양, 돼지 같은 동물에서 추출한 히알루로니다아제를 활용했으나,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인체에서 유래된 히알루로니다아제가 개발된 뒤 활용 범위가 커지고 있다.

관련 특허를 확보한 미국 할로자임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시장을 독점해왔다. BMS의 '옵디보', 로슈의 '티센트릭', 얀센의 '다잘렉스' 같은 유명 바이오의약품들이 할로자임 기술을 이용해 SC 방식으로 변형됐거나 변형 중이다. 그러다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이 기존 특허를 피하는 기술로 인간 히알루로디나아제를 개발해 시장에 진입했다. 휴온스, 아미코젠 등 다른 국내 후발주자 기업들도 개발에 착수했는데, 아직은 초기 단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에 따르면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억 달러에서 2036년 120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자사의 대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투여 방식을 IV에서 SC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SC 방식의 램시마는 '짐펜트라'라는 이름으로 올 초 미국에서도 출시됐다. 셀트리온이 할로자임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이유는 할로자임의 관련 기술을 통째로 복제해 SC 변형 기술 플랫폼을 두 가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하일레넥스의 특허는 2030년경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보다 앞서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시작한 것은) SC 제형으로 시장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는 모든 바이오시밀러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히알루로니다아제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당 파이프라인(후보물질)에 대해서는 향후 밝힐 수 있을 만한 시점에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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