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가사 노동자’로 활용하자는 정부 제안을 두고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인은 저임금을 받아도 된다는 차별적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주 가사ㆍ돌봄노동자 시범사업저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유학생ㆍ결혼이민자 가족은 싸구려 노동력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공동행동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이주노동자노조 등 33개 시민ㆍ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4일 경제 분야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회의’에서 “국내에 거주 중인 16만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과 3만9,000명의 결혼이민자 가족들이 가사ㆍ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ㆍ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비용 절감'을 원하는 경영계의 숙원이다. 공동행동은 “최저임금의 사각지대를 확대하는 것은 이주민에게도 자국민에게도 몹시 위험하다”며 “송곳처럼 비좁은 틈을 파고든 차별은 결국 그 구멍을 넓혀 전체 노동자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경영계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을 주장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더 위험하다”고도 했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외국인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최저임금법ㆍILO 협약 위반이지만, 윤 대통령이 언급한 ‘가정 내 고용’(사적 계약) 방식을 활용하면 예외가 허용된다. 이주민 출신인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돌봄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과거 약속을 내팽개치고 현행 법률과 ILO 협약을 위반하는 꼼수 정책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