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인 부부라 하더라도 별거하면서 사실상 남남으로 지낸 기간은 노령연금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기초가 되는 연금이고, 분할연금은 혼인기간 동안 배우자의 기여분을 인정해 연금에서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정중)는 노령연금 수급자인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분할연금액 변경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분할액을 산출할 수 없으므로 처분 전부를 취소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A씨는 62세가 되던 2022년 8월부터 노령연금을 받았다. 연금을 받은 지 5개월이 지나자, 약 10년 전 이혼한 배우자 B씨가 공단에 분할연금 지급을 청구하며 갈등이 생겼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혼인기간 5년 이상 △배우자와 이혼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공단은 이들이 1992년 결혼한 사실을 근거로 혼인기간을 2013년까지 총 176개월로 산정하고 "앞으로 A씨는 매달 B씨에게 연금 중 약 18만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간 B씨에게 돌아가지 않은 연금액도 환수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A씨는 "혼인 3년 만에 가출해 1998년부터는 아예 주거지를 옮겨 살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실질적 부부관계는 진작에 끝나 결혼 기간이 채 5년이 되지 않으므로, 자기 연금을 나눠줄 의무가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 역시 A씨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명의 계좌에서 B씨와 금전거래를 했다는 내역을 찾기 어렵고 별거 이래 어떤 왕래도 없이 지낸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상 혼인 기간 내내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했음을 전제로 이뤄진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