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22대 총선 투표 종료와 함께 방송사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방송사의 역량과 기술력을 총동원한 개표방송에서다. 이번 개표방송에서는 처음으로 인공지능(AI) 해설자가 등장하는 등 화려한 신기술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7일 각 방송사에 따르면 SBS는 10일 개표방송에서 선거방송 해설자로 AI 캐릭터를 내세운다. 생성형 AI 챗봇 기술과 AI 가상 음성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학습해 온 하얀 곰 인형 캐릭터 '투표로'는 선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해설할 예정이다. 10일 오후부터 11일 새벽까지, 최소 10시간 이상 진행될 개표 방송을 지루하지 않게 끌어갈 무기로 AI 캐릭터를 내세운 것이다.
AI가 발굴한 희귀 영상도 공개한다. SBS는 얼굴 사진 한 장으로 수천, 수만 개의 동영상 아카이브에서 얼굴 주인공을 찾아주는 'AI 인물 검색'을 독자 개발했다. SBS 측은 "TV 카메라를 못내 어색해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 시절과 수사 결과 브리핑 뒷자리에 배석해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평검사 시절 모습 등 기존 주요 정당 대표들의 숨겨진 영상들을 처음 공개한다"고 밝혔다.
'CG(컴퓨터그래픽) 맛집'으로 불릴 정도로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여 온 SBS는 2022년 대선 개표방송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그룹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춤을 추는 모습을 구현해 화제를 모았다. 개표방송에선 처음으로 후보자를 3D스캔 촬영해 만든 그래픽이었다.
하지만 당시 시청률은 KBS(8.25%)가 가장 높았고, MBC(4.9%) SBS(4.25%) 순으로 SBS가 지상파 3사 중 가장 낮았다. 그럼에도 SBS는 개표방송에 신기술을 활용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진송민 SBS 선거방송기획팀장은 "선거방송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다 보면 뉴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며 "최선을 다해 준비한 만큼 (시청률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KBS는 AI로 주요 후보들의 아바타를 만들었다. 이 아바타들은 자신의 선거 공약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배틀을 벌인다. 또 KBS 유튜브 채널에서는 버추얼(가상) 유튜버 캐릭터가 시청자와 정치 관련 퀴즈쇼를 진행한다. KBS는 인기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주인공 등을 활용한 그래픽도 선보일 예정이다.
반면 MBC는 화려한 그래픽 대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버스 운전기사, 시니어 바리스타, 농인 수어 강사, 대학생, 어린이 등이 원하는 변화를 전할 예정이다. 또 유권자 표심과 그간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해석할 토론을 강화했다. 여권에서는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 야권에선 유시민 작가와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패널로 참여한다. MBC도 AI 기술 활용을 고민했지만 AI를 이용한 영상 등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개표 방송의 핵심인 숫자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게 MBC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