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명가 전북, 또 꼴찌 탈출 실패… 패배 늪 깊어져

입력
2024.04.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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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개막 후 1승도 거두지 못해
K리그 1,2부 통틀어 전북이 유일
팬들 분노 커져... "응원 공짜 아니다"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축구 명가'로 불리는 전북현대가 올 시즌 깊은 무승의 늪에 빠졌다. 단순 결과뿐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팬들의 분노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북은 지난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유나이티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5라운드에서 0대2로 충격패하면서 개막 후 5경기 연속 무승행진을 이어갔다. 프로축구 K리그 1,2부를 통틀어 개막 후 1승도 거두지 못한 팀은 전북이 유일하다.

4일 현재 전북은 5전 3무2패(승점 3)로 K리그 1부 12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처참한 결과에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경기 직후 "스스로 부끄러울 정도"라며 고개를 숙였고, 주전 수비수 박진섭도 "선수 모두가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라고 털어놨다.


지난 시즌 부진에 절치부심했지만... 경기력 바닥

전북은 지난 시즌 현대가 라이벌인 울산HD에 리그 우승을 내준 데 이어 FA컵 우승마저 놓치며 10년 만에 빈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매년 최소 1개 이상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축구 명가'란 타이틀을 얻은 전북에 걸맞지 않은 충격적인 결과다.

올해는 반등을 다짐하며 겨울 이적시장부터 철저히 준비했다. 지난 시즌 17골을 기록한 티아고와 인천 돌풍의 주역 에르난데스를 영입한 데 이어 김태환, 권창훈 등 대어를 빠르게 낚았다.

하지만 개막 후 한 달간 전북이 보여준 모습은 처참했다. 에르난데스, 홍정호, 권창훈 등 주전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주저앉으며 경기력이 크게 떨어졌다. 슈팅은 평균 12.2개로 1부 리그 12개 팀 중 4위에 올랐지만, 유효슈팅은 평균 3개 12위, 득점은 0.8개 11위로 최악의 골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페트레스쿠 감독 부임 초기부터 지적돼 온 중원삭제, 단조로운 롱볼 축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즌 5경기에서 패스 평균 375.2개를 기록하며 9위에 머물렀다. 이 중 롱패스는 평균 33.4개로 3위, 중앙 지역에서 시도한 패스는 평균 222개로 8위에 올랐다.


팬들도 부글부글... 감독 책임론도 불거져

전북 팬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 전북 팬들은 최근 김천 상무와의 경기에서 "왜!!! 팬들만 간절한가" "팬들의 응원은 공짜가 아니다" 등이 적힌 걸개를 내걸었다. 페트레스쿠 감독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일부 팬들 사이에선 페트레스쿠 감독의 무전술 축구를 비꼬아 '성실한 클린스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구단 내부적으로도 페트레스쿠 감독의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페트레스쿠 감독 선임에 박지성 전북 테크니컬 디렉터도 관여돼 있어 구단 측이 보다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7일 강원FC와 이번 시즌 6라운드를 치른다. 강원은 윤정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전북으로서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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