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권도 없는데, 매우 부적절"…이복현 원장 두고 '월권' 논란

입력
2024.04.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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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정치적 논란 부를 수밖에"
"감독 기관마저 정치적으로 동원" 비판
충분히 검사할 명분 있다는 의견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의혹과 관련해 "편법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선거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검사 권한이 없는 금융감독원이 먼저 검사 인력 파견을 제안한 것도 '월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감원장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법적으로 개별 금고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 소관인 만큼 금감원 권한 밖"이라며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금감원이 자기 권한 바깥에 있는 사안에 대해 인력을 파견하면서 대출의 성격에 대해 사전적으로 언급한 것은 정치적 의도와 연관된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2일 금감원은 양 후보의 편법 대출에 대한 검사에 돌입한 새마을금고중앙회(중앙회)에 인력을 보낼 수 있다고 먼저 제안했다. 이를 받은 중앙회는 검사권이 있는 행안부에 보고했고, 행안부가 금감원에 인력 파견을 요청, 이를 다시 금감원이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금감원은 3일부터 검사 인력 5명을 파견했다. 이어 이날 중앙회와 금감원은 "양 후보 딸과 대출 모집인을 수사기관에 통보한다"는 내용의 검사결과를 속전속결로 발표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원장의 부적절한 정치 개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법 하는 사람이다 보니 법적으로 나중에 빠져나가려 '요청을 받고 했다'는 형식적 절차를 끼워 넣었는데, 누가 봐도 억지"라며 "이 원장이 부임할 때부터 독립성과 객관성이 필요한 감독 기관조차 너무 정치적으로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를 사실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3일 언론 브리핑에서 "검사를 해도 안 해도 오해를 받을 것"이라며 "모든 결정은 제가 한 것이니 잘잘못에 대한 책임도 제가 진다"고 말했다. 또 "(검사 인력 파견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나 행안부, 대통령실, 당(국민의힘)과 상의하지 않았고 저 혼자 판단했다"고 말하며 정부나 여당과의 연관설에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이 양 후보의 '편법 대출' 의혹을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안의 시급성, 국민적 관심" 등을 언급하면서 즉각 검사 인력을 파견하고, 두 기관이 하루 만에 "위법·부당 혐의가 발견됐다"는 검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행보라는 목소리도 높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국을 돌며 사전선거운동을 펼쳤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는 측근을 앞세워 총선에 대놓고 개입하고 있다"며 "권한이 없는 정부 기관을 동원하는 것은 어떤 관점으로 보아도 명백한 관권 선거"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마을금고에서 그동안 수차례 부적절한 대출이 이뤄졌고, 최근 연체율도 급증한 상황인 만큼 금융당국이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앞서 2월 행안부와 금감원 상위기관인 금융위는 '새마을금고 건전성 감독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검사 및 사후조치도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8일부터 예금보험공사, 중앙회 등과 개별 새마을금고에 대한 첫 검사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 부실 관련해서는 금감원이 행안부 요청이 있을 때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시기가 예민해서 합리적 의심은 할 수 있겠지만 금고의 부당 대출 등이 자꾸 문제가 되면서 출자자 입장에서 우려되는 사안이다 보니 금감원이 조사할 명분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원래 8일부터 새마을금고 전반에 대한 검사가 잡혀있던 만큼 시기를 앞당긴 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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