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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이 축구를 한다. 그들을 위한 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한다. 한국 영화 ‘드림’(2023)을 떠올릴 만하다. 영국 영화 ‘홈리스 월드컵’ 역시 노숙인들의 월드컵을 소재로 삼고 있다. ‘드림’과 다른 점은 있다. 영화 속 축구팀 감독이다. ‘드림’은 억지로 노숙인 축구팀 감독을 맡게 된 젊은 축구선수 홍대(박서준)를 스크린 중심에 내세운다면, ‘홈리스 월드컵’은 사명감 강한 노장 감독 맬(빌 나이)을 앞세워 이야기를 풀어낸다.
맬은 잉글랜드 노숙인 축구대표팀을 맡고 있다. 세 마리 사자가 새겨진 유니폼도, 선수들의 승부욕도 국가대표 팀답다. 선수들이 오합지졸이라는 점이 ‘진짜’ 대표팀과 다르다. 실력이 없을 뿐 아니라 각자 개인적 문제를 하나씩 안고 있다. 어떤 선수는 마약중독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 메타돈을 매일 ‘복용’해야 안심하고 경기에 뛸 수 있다. 한때 유망한 프로 선수였던 비니(마이클 워드)로서는 노숙인들과 발을 맞출 이유가 없다. 맬의 합류 요청을 완강히 거절하던 그는 어린 딸에게 아빠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선다.
노숙인들의 월드컵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영화의 성격은 확연하다. 영화는 감동과 웃음이 어우러진 드라마라는 목표를 향해 125분을 성실하게 내달린다.
노숙인 대표팀은 월드컵 출전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로 향한다. 예정된 것처럼 선수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 엘리트 선수 출신 비니는 동료들과 섞이길 꺼린다. 맬과도 종종 의견 충돌을 일으킨다. 비니는 팀 단합을 저해하나 그의 축구 실력 없이는 승리하기 어렵다.
카메라가 향하는 건 잉글랜드 노숙인들뿐만 아니다. 월드컵에 나온 각국 대표팀의 면면을 돌아보기도 한다. 맬이 숙적으로 여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팀은 선수 한 명의 신분 때문에 비행기를 제때 타지 못 한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과묵하고 종종 침울한 표정을 지으나 관광을 즐기며 해맑게 웃는 이면을 지녔다. 각기 다른 사연과 속사정을 지닌 노숙인 선수들의 공통점은 있다. 월드컵을 통해 희망을 찾고 싶어 한다.
맬은 왜 노숙인들을 모아 월드컵에 나섰을까. 이탈리아 여성 가브리엘라(발레리아 골리노)는 왜 노숙인 월드컵을 매년 주관할까. 이유는 노숙인들에게 소속감을 주기 위해서다.
거리에서 먹고 자는 노숙인들은 소속집단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 그들이 재활 의지를 아무리 다져도 혼자서는 쉽지 않다는 걸 맬은 안다. 노숙인들에게 축구는 단순히 승부를 다투는 스포츠가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교류하며 협력해 어떤 목표점을 향하게 하는 매개체다. 동료들을 무시했던 비니는 종국에 깨닫는다. 탁월한 홀로가 아니라 범상한 여럿의 소속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뻔해 보이는 이 영화는 쉬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