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물드는 멕시코 선거판... 시장 후보 또 총격 암살

입력
2024.04.03 16:00
6월 대선·총선·지방선거 동시 실시 앞두고
정치 폭력 급증... 작년 6월부터 52명 피살
"지역 이권 챙기려는 카르텔 등 갱단 개입"

오는 6월 대통령과 연방·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동시에 뽑는 멕시코 선거가 피로 물들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암살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상당수는 지역사회에서 이권을 챙기려는 갱단이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전날 멕시코 과나후아토주(州) 셀라야에서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의 시장 후보로 출마한 베르타 히셀라 하이탄(38)이 전통시장 유세 도중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주변에 있던 3명도 부상을 입었는데, 이들 중 한 명인 아드리안 게레로 시의원 후보는 아예 실종됐다.

당국은 즉각 범인 추적에 나섰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선거철만 되면 급증하는 정치 폭력을 좀처럼 뿌리 뽑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2, 3월에도 푸에블라, 할리스코, 미초아칸 등 여러 지역에서 시장 예비 후보들이 총격 피살됐다. 특히 하이탄 후보는 소속 정당을 통해 신변 보호 요청까지 했음에도 암살을 피하지 못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규탄한 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나선 사람들이 거리에서 이런 상황에 직면하고 있어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상황은 유독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보컨설팅 회사인 ‘인테그랄리아’는 “지난해 9월~올해 3월 최소 12명의 선거 출마 후보자가 살해됐고, 수백 건의 폭력 행위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멕시코 싱크탱크 ‘선거연구소’는 홈페이지를 통해 “작년 6월 이후 선거 폭력으로 사망한 현직 시장과 후보는 52명”이라고 공개했다. CNN은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임기 6년 중 올해가 가장 폭력적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배후는 대부분 마약 카르텔 등 범죄 조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멕시코 카르텔은 선거 때마다 자금 지원 또는 협박 등의 수단으로 정치인들의 ‘협조’를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테그랄리아는 “갱단은 사법 기관 및 지역 경제와 밀접히 연계돼 있고, 시장은 그들의 범죄를 눈감아 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주로 지자체 인사들에게 공격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입맛에 맞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폭력적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한다는 뜻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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