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효자 된 시즌제 드라마 [HI★초점]

입력
2024.04.05 12:50
올해에도 시즌제 드라마 내세우는 SBS 
축소된 제작 환경에서 유리한 거점 차지

SBS가 잘 만든 드라마 세계관을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최근 SBS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기존 IP를 이용한 시즌제 드라마 제작이다. 종영한 '재벌X형사'를 비롯해 '모범택시' '7인의 탈출' '열혈사제' 등 흥행작 시즌제 편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결과로만 본다면 SBS의 영리한 전략이다. 프라임 시간대에 장르물로 채웠고 고정 팬덤을 구축했다. 시즌제에 유리한 히어로물들도 SBS의 주 단골이다.

새로운 IP를 찾기 어렵다는 타 방송사들의 고심 속에서 SBS는 유일하게 웃는 중이다. '모범택시' 시즌2는 이재훈에게 대상을 안겨줬고 '낭만닥터 김사부'는 마니아층을 흡족하게 만든 엔딩을 펼쳤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SBS '7인의 부활'도 '7인의 탈출' 시즌2 격이다. 또 '열혈사제'의 두 번째 시즌이 올해 편성됐다.

이처럼 SBS에서 활발하게 형성된 시즌제들은 이른바 'SBS 유니버스'를 이루면서 흥행 물결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통상적으로 1편에 그쳤던 드라마들이 방영하면서 인기를 검증받은 후에 시즌2를 제작하는 것이 주류가 됐다. 여기에는 드라마 제작 환경의 불안정성이 배경으로 꼽힌다. 많은 배우가 토로했듯 현재 드라마 업계에서 제작되는 드라마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미 사전제작을 마쳤지만 시청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드라마들도 수십, 수백 편이다. 이 가운데 이미 팬덤을 구축한 IP가 시즌2, 시즌3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제작사와 방송국의 쉬운 선택이다.

특히 시즌제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독보적인 캐릭터성이다. '열혈사제' '모범택시' '재벌X형사' '낭만닥터 김사부'까지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이 흘러간다. 기존 주인공이 갖고 있는 무기와 매력이 확실하게 구축됐다면 원래의 배경, 또 다른 시점에 배치했을 때도 강점이 사라지지 않는다. 히어로물을 주로 선보였던 SBS 드라마들이 시즌제로 이어질 수 있었던 지점이다.

달라진 시청자들의 형태도 시즌제 드라마 활성화에 보탬이 됐다. 현재의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맞이하는 결말에 만족하지 않고 후속 이야기를 원한다. 적극적으로 드라마를 소비하고 2차, 3차로 언급하면서 다양한 시청 형태를 보이고 있다. SBS 드라마는 아니지만 tvN '시그널'은 8년이라는 긴 공백 속에서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었다.

다만 시즌제 드라마들이 떠안게 되는 과제도 있다. 먼저 기존 인기에 편승해 오리지널의 매력을 잃는 것이다. 기존 드라마가 잘 된 이유를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흥행만 공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보다 나은 아우'가 드물다는 이야기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시즌2는 반드시 이전보다 더 좋은 퀄리티를 선보여야 하지만 종종 실패하는 사례가 등장한다. 영화 '독전'과 드라마 '스위트홈2' 등이 예시다. 새 시즌으로 돌아오는 드라마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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