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장애 아이들에게 반년간 200여 회 학대한 보육교사... 2심도 징역형

입력
2024.03.29 07:00
법원 "본분 망각하고 약자 상습 학대"

자폐성 장애 아동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장애인 재활시설의 보육교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과도한 훈육에 이르게 됐다는 강변을 물리쳤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은아)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전날 1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보육교사인 A씨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 소재 장애인의료재활시설 센터에서 자폐성 발달 장애 아동 5명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에 포착된 학대 횟수만 무려 213차례다. 식판, 슬리퍼, 유아용 가위 등으로 때리고 심지어 헤드락을 건 채 들어 올리거나 입 안에 손수건 등을 넣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에서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혼자서 여러 아동을 돌보는 과정에서 위험한 돌발행동을 제재하거나 훈육하며 힘이 부치자 점점 과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그러나 A씨가 아이들이 잠들어 있거나 밥을 잘 먹지 않을 때, 심지어는 가만히 있을 때도 폭행한 사실을 근거로 이를 물리쳤다.

재판부는 "놀고 있는 아이에게 슬리퍼를 던지는 등 별다른 죄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절대적 약자인 아동들을 폭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근무가 힘들었다 하더라도 일을 그만두거나 병원에 추가인력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므로 범행 사실에 대한 변명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질타했다.

피해아동과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도 처벌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어릴 뿐 아니라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로서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보호자에게 피해사실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며 "피고인은 아동들을 건강하게 보호해야 할 본분을 망각했다"고 꾸짖었다. A씨가 일부 형사공탁을 하긴 했지만, 부모가 엄벌을 요구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A씨가 근무했던 의료법인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범행이 철저히 비밀리에 이뤄진 점을 감안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학대 행위를 발각하기는 힘들고, 센터는 사실 인지 사흘 뒤 사직처리 후 경찰에 신고했다"며 "주위·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도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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