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앨라배마주(州) 의회가 공립대학에서 인종·성별 등 다양성 관련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년 전 플로리다가 공립학교에서 성소수자 교육을 금지하는 ‘게이 언급 금지법’을 제정한 여파다. 미국 내 공화당 우위 지역에서 교육 보수화 물결이 지속됨에 따라 지역별 다양성 정책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 우위의 앨라배마 주의회는 이날 공립대학 등에서 주정부 재정으로 다양성 교육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 소속 케이 이베이 주지사가 서명할 경우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법안은 공립대, 지역 교육위원회, 정부 기관의 교직원이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 인종·성별 관련 ‘분열적인 교육’을 할 경우, 기관이 해당 교직원을 징계 및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특정 집단이 역사적 과오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거나, 일상 곳곳에 차별이 남아 있다고 가르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트랜스젠더(성 전환) 학생이 출생 성별에 맞는 화장실만 써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을 추진한 에드 올리버 앨라배마주 하원의원은 “정치 이념을 주입하는 교육을 막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는 격하게 반발했다. 법안이 사실상 '백인 남성 비판'을 금지하고 대학 내 다양성 확대 노력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백인 남성의 차별이 현재까지도 사회 곳곳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의 제한 조건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화당 측은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교육은 제한받지 않는다"고 항변하지만, NYT는 “이미 흑인 연구자들은 공정한 재정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다양성 교육을 금지하는 건 앨라배마뿐이 아니다. 미 교육전문매체 ‘고등교육크로니클’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미국 내 22개 주에서 이 같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며 주요 대선 후보로 떠오른 이후 공화당 우위 지역에서 관련 논의가 쏟아진 결과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미 법안이 시행된) 플로리다와 텍사스에서는 대학들이 다양성 관련 직책을 없애고 있다”고 짚었다.
지역 관계자들은 이 같은 조치 탓에 유색인종·성소수자 인재들이 지역을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일리노이 등 민주당 우위 지역에서 강도 높은 다양성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이 지역 대학으로 이동하리라는 평가다. 흑인인 랜달 우드핀(민주당) 앨라배마 버밍엄시장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흑인 학부모들이 다양성이 보장되는 주 바깥 지역 기관으로 가도록 돕는 것도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앨라배마대 관계자는 NYT에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