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회사가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신탁이나 랩어카운트(랩)를 통해 만기 불일치(미스매치) 투자를 하려면 고객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랩과 신탁은 증권사가 투자자와 일대일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위탁자의 뜻이 반영된다. 투자 목적과 자금 수요에 맞게 운용할 수 있어 기업 법인 등이 선호한다.
증권사는 기업 등이 단기 자금을 맡아달라며 만기를 짧게 설정한 랩·신탁 계좌에도 유동성이 낮은 고금리 장기 채권 등을 편입해 운용했다. 3개월 만기 계좌에 10년 이상 만기 회사채를 넣는 식이다. 높은 수익률을 지급하기 위한 편법이었다. 만기가 돼 기업이 돈을 찾아갈 때는 신규 고객의 자금을 기존 고객에게 지급하는 돌려 막기식으로 만기 불일치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2022년 레고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나자 환매 요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이 같은 미스매치 운용이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개 증권사에 대한 랩·신탁 상품 불건전 영업관행 집중 점검을 실시하고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개정안은 고객으로부터 동의받은 기간을 준수해 투자하고, 금리 등 시장 상황 변동이 있는 경우 신탁·랩 계약 기간보다 만기가 긴 금융투자상품으로 교체해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 달 29일까지며, 이 기간 규정 변경 예고도 실시한다.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3분기 중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