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17년 만의 정책금리 인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났다는 신호에 이미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관전 포인트는 인상 폭이다. 향후 일본의 금리 정책과 시장 변화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일본의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해 준 엔화 약세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에 해당)를 개최했다. 이틀간 열리는 회의 결과는 19일 발표한다. 이번 회의에선 일본은행이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고 2%대의 안정적인 물가 상승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계속해 온 '이차원 금융완화'의 한 축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은 해제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대기업 임금 인상률이 5%를 넘었고 물가 지표도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해, 해제 조건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 최대 노조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지난 15일까지 집계한 대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지난해보다 1.48%포인트 높은 5.28%로 파악됐다. 일본의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3.1% 상승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제로금리를 넘어 '금리 있는 나라'로 복귀하느냐 여부에 쏠린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은 현재 마이너스인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며 "0~0.1%와 0.1% 두 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단번에 금리 있는 나라로 되돌리긴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경기 지표상 완연한 성장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스즈키 히로시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환율전략가는 마이니치신문에 "1~3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 소비도 침체돼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에도) 완화적인 금융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증시 상승세를 떠받쳐 온 엔화 약세의 흐름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려는 것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다. 두 중앙은행의 결정에 따라 현재 달러당 150엔 정도까지 떨어진 엔화 가치가 강세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에도 국채 매입을 계속한다거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발언하는 등 완화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경우, 엔화 약세는 계속될 수도 있다. 스즈키 수석환율전략가는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은 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인다면 엔화 약세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통한 증시 개입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선 이례적으로 증시가 크게 하락할 때마다 ETF를 매입해 주식시장을 떠받쳐 왔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지난달 기준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 규모가 약 71조 엔(약 635조 원)인 것으로 추정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앞서 지난달 강연에서 신규 매입 중단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이날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7% 상승한 3만9,740엔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 관측으로 금융 정책에 대한 불투명성이 줄어든 효과"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