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테 69억 빌려 아파트 샀다'... 불법 의심 직거래 무더기

입력
2024.03.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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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아파트 직거래 기획조사
316건 선별했더니 87건서 문제

A씨는 지난해 상반기 아버지로부터 69억 원을 빌려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를 샀다. 형식은 가족 간 차입이지만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A씨 사례가 상속증여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2~6월 아파트 직거래 가운데 특수관계인 간 거래 등 316건을 선별해 조사한 결과, 87건에서 대출금 유용 등 103건의 위법 의심 행위가 드러났다고 18일 밝혔다. 의심 행위는 업・다운계약서를 쓰거나 계약일을 거짓으로 신고한 사례가 5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편법 증여나 특수관계자 차입(32건), 대출금 유용 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위반(14건)이 뒤를 이었다. 국토부는 이들을 관계 기관에 통보하고 탈루세액 추징, 대출 회수 등 처분을 요청했다.

아파트 직거래는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보다 ‘거래 신고 이후 미등기 비율’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지난해 상반기 신고된 아파트 거래 19만여 건을 전수분석한 결과, 중개거래의 0.45%, 직거래의 1.05%가 거래 신고 이후에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실거래가를 띄우려고 일부러 등기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방자치단체에 추가 조사와 행정처분을 요구했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앞으로도 거래신고 후 미등기 및 직거래 건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사해 관계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거래 신고 이후 계약을 해지했다면 반드시 30일 이내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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