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남 영암군에서 광주까지 시속 140㎞ 이상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초고속도로를 깐다. 전 세계 운전자에게 꿈의 고속도로로 통하는 독일 아우토반을 한국에 재현하겠다는, 이른바 한국형 아우토반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관계 부처는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광주~영암 초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런 계획을 건의한 전남도에 윤석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날 정부가 건설 추진을 공식화한 셈이다.
한국형 아우토반은 광주(승촌IC)~영암(서호IC) 47㎞ 구간을 전국 최초 시속 140㎞ 이상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초고속도로를 까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2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점차 늘어나는 자동차 동호인과 일본 및 중국의 마니아층 등이 자동차 문화를 즐기는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정부는 청사진만 밝힐 뿐 세부 계획은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까지 진행될 연구용역에서 초고속도로 개념을 세우고 이후 전반적인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초고속도로 설계 기준 마련을 위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확한 사업 윤곽이 드러나기까지 적어도 수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독일 아우토반이 1만5,00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형 아우토반 구간은 상당히 짧다. 전남도는 이를 지역 명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지만 무제한 속도에 대한 안전 우려도 큰 만큼 찬반 여론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정부는 1조6,000억 원을 들여 전남 해남에서 강진을 잇는 완도-강진 고속도로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속도가 늦어 이름값을 못하는 전라선 고속철도(전북 익산~전남 여수)에 1조 원 이상 투입해 설계 속도를 대폭 높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 용산~여수 엑스포 구간 전라선 열차 대부분이 2시간대로 운행(현재는 25% 수준)하게 된다. 정부는 운행시간 단축으로 1조8,930억 원에 이르는 생산유발효과를 기대했다.
전남을 김 가공, 연구개발, 수출 종합 지원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1,200억 원 규모 수산식품수출단지도 내년에 조성한다. 지난해 최초로 수출 1조 원을 돌파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김 산업을 육성해 2027년까지 김 수출 10억 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이 밖에 종합항만인 광양항을 자동화 항만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사업(7,371억 원 규모)은 올해부터 본격 착수한다.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가 면제된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 체제 구축사업에서 발사체를 담당하는 전남 고흥엔 발사체 특화지구를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