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에 거짓 해명까지... 민주당, 정봉주 공천 취소

입력
2024.03.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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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하루 만에 강경 대응 선회
부적절한 과거 행적 추가로 논란
전략선거구 지정 가능성 언급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막말 논란이 불거진 정봉주 전 의원 공천을 취소했다. 'DMZ(비무장지대) 목발 경품' 막말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이에 대한 허위 사과와 가정폭력 의혹까지 제기되자 이재명 대표도 하루 만에 강경대응하면서 공천 취소까지 간 것이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총선에 대형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당내에서 급속히 퍼지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정봉주 '허위 사과'에 이재명도 강경 선회

박성준 대변인은 1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서울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표는 이날 정 전 의원 막말 논란에 대해 "엄중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있고, 정확히 사안을 파악해 그에 상응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전날 "잘못했지만 사과드렸고, 많은 세월이 지났으니 양해해달라"고 정 전 의원을 두둔한 지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했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는 우선 정 전 의원의 'DMZ 목발 경품' 논란에 대한 '허위 사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정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했다"고 주장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실제 정 전 의원은 이날 "사고를 당한 김정원 상사와 하재헌 전 하사의 연락처는 구하지 못해 직접적인 사과는 못했다"고 거짓말을 인정했다.

새롭게 알려진 정 전 의원의 부적절한 과거 행적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날 일부 언론은 정 전 의원이 2001년 가정폭력 행사 혐의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공천 검증용으로 제출하는 전과기록 증명서에는 벌금 100만 원 이상 범죄부터 기재하도록 돼 있어 그간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봉주 리스크 조기 차단 목소리 커져

당내에서 '정봉주 리스크'가 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정 전 의원 논란에 대해 "참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가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정 전 의원 논란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공보단장인 박정하 의원은 정 전 의원을 '망언 화수분'이라고 비유하면서 "천박한 발언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특히 지뢰 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우리 장병들을 조롱하고 모독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을 향했던 정 전 의원의 원색적 비난까지 거론한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정 전 의원을 경찰 고발하기로 했다. 이재랑 개혁신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폭력과 거짓으로 가득한 삶, 이 정도면 가히 '인간 실격'"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이 이날 "불찰을 인정하고 자숙하겠다"며 "당분간 공개적인 선거운동은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천 취소는 기정사실로 굳혀졌다. 이날 국민의힘이 돈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우택 의원 공천을 취소하면서 강하게 대응한 것도 민주당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정 전 의원 공천이 취소되면서 서울 강북을 후보 재공천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역인 박용진 의원 공천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낙선한 후보를 대안으로 내느냐 혹은 새로운 인물을 전략공천을 하느냐 문제는 여러 가지 판단적 요소와 근거가 있어야 된다"며 "현재의 모든 판단의 시작과 기준은 총선 승리"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민주당 공천 핵심 관계자는 "전략지역구는 제3의 인물이 후보로 될 가능성이 높기에 박 의원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며 "사고 지역구는 제3의 인물이 후보로 되는 것이 보통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