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압박 속...통신업계 "지난해 취약 계층 요금 1조2,600억 감면"

입력
2024.03.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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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OA,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 속 자료 공개
"통신비 감면 지원 범위·지원대상 미국보다 커"


통신업계를 대변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12일 2023년 통신사들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통신요금 1조2,600억 원을 감면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통신사들의 동참을 요구하는데 기존 사회적 기여에 의미를 두는 우회적 방식으로 부담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KTOA가 이날 공개한 참고자료를 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 빅3와 SKT 자회사인 유선통신사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취약계층 통신요금을 총 1조2,604억 원 감면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신요금 감면 대상이 되는 취약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연금 수급자 등으로 지난해 기준 총 776만 명이다.

KTOA에 따르면 취약계층 통신요금 감면액은 2017년 4,630억 원에서 지속 상승해 2021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전기와 에너지 등 국내의 다른 주요 산업보다도 요금 감면 규모가 크고 해외 주요국과 대비해서도 요금 감면의 범위가 넓다는 게 KTOA의 설명이다. 미국은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 중 하나를 택해 감면을 받을 수 있는데 국내 통신사는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에 인터넷전화까지 모두 감면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전체 인구에서 감면 대상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한국(15.1%)이 미국(2.2%)보다 높다.




이 같은 자료를 공개한 것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 통신업계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KTOA는 "취약계층에 대한 감면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감면 재원은 통신사업자가 모두 부담하고 있어 요금 감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짚었다. 통신사가 통신요금 감면에 상당한 비용을 내놓고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통신비 지원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면서 스마트폰 제조사와 글로벌 거대 기술기업(빅테크) 등을 에둘러 겨냥하기도 했다. 이상학 KTOA 부회장은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통신요금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단말기, 앱 구매 지원 등의 다양한 방면으로 디지털 복지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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