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동물신곡 외

입력
2024.03.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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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신곡

채희경 지음. 유기된 반려동물부터 동물원 철창 너머의 동물, 강아지 공장에 남겨진 개들과 자연을 떠도는 야생동물까지. 인간의 이기가 초래한 동물들의 지옥은 현재진행형이다. 단테의 '신곡'을 오마주한 소설은 6옥의 지옥, 32개의 에피소드 속에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동물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저자는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자고 호소한다. 동그람이·400쪽·1만8,500원

△판결 너머 자유

김영란 지음. 한국 최초 여성 대법관인 저자의 '판결' 시리즈 세 번째 책. 양심적 병역거부, 성전환자 성별 정정 등 세상을 들썩이게 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20세기 정치 철학자 존 롤스의 이론에 비추어 살핀다. 상반되지만 합당한 신념들이 맞부딪치는 분열의 세계에서 어떻게 합의를 이뤄 낼까. 법관으로서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한 책은 현대 사회의 주요 쟁점들을 되짚으며 합의를 향해 갈 방안을 궁리한다. 창비·248쪽·1만8,000원

△야망계급론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 지음. 유강은 옮김. 물질적 재화 소비로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유한계급'의 시대는 갔다. 교육받은 자수성가형 엘리트 집단인 '야망계급'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저자는 지식과 정보로 피라미드 꼭대기를 점유한 야망계급을 파헤친다. 이들은 양육에 쏟는 투자를 '의식 있는 선택'으로 포장한다. 책은 더 교묘해진 방법으로 불평등을 은폐하는 야망계급의 행태가 왜 위험한지 밝힌다. 오월의봄·400쪽·2만2,000원

△보수주의

에드먼드 포셋 지음. 장경덕 옮김. 정치 전문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가 18세기 프랑스혁명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시작된 보수주의를 집대성했다. ‘좌파 자유주의자’의 시선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의 보수주의가 변화해 온 흐름을 통시적으로 살폈다. 보수주의의 주요 인물, 보수주의가 사회에 미친 영향과 그 안에서 이어지는 균열 등을 다각적으로 조망한다. 보수주의의 변화하는 특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글항아리·736쪽·4만2,000원

△아내를 위한 레시피

조영학 지음. 번역가인 저자가 다리를 다친 아내를 대신해 부엌에 입성하면서 겪게 된 행복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 그간 여성의 일로서 평가절하된 살림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저자는 살림에서 가족을 향한 사랑과 헌신이라는 가치를 찾았고, 텃밭을 가꾸며 자연에 발맞춰 살아가는 느릿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일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일깨우는 책. 틈새의시간·204쪽·1만6,800원

△ 『향약구급방』에 나오는 고려시대 식물들

신현철 지음. '삼국유사'의 단군신화 속 환웅이 웅녀에게 건넨 '산(蒜)'은 과연 현대의 해석대로 '마늘'이 맞을까. 식물학 교수 출신 저자는 현존하는 한국의 가장 오래된 의학서적 '향약구급방'을 토대로 이 같은 의문을 해소할 근거를 제시한다. '향약구급방' 속 식물을 정리하고 오늘날의 식물 종, 그 각각의 이름과 연결하며 지난 시대의 문화를 되돌아본다. 식물명의 유래와 표기 방식 변화를 망라했다. 소명출판·514쪽·3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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