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갑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꼼수 기부’ 의혹이 제기됐다. 자선 재단을 통해 거액의 세금을 공제받으면서도 여기에 필요한 최소한도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기부하는가 하면, 기부금 상당액이 머스크의 사적 이익 증대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재벌의 ‘감세 목적 기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머스크의 경우엔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머스크재단’의 최근 수년간 기부금 자료 분석을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아프리카 의료 개선에 재산을 쾌척한 빌 게이츠나 미국 교육 시스템 변화를 촉발한 월마트의 월튼 가문과는 달리, 머스크의 자선 활동은 무계획적이고 이기적이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머스크의 ‘기부 스타일’이 드러난 대표적 일화는 텍사스주(州) 캐머런카운티에 대한 기부다. 그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우주선 발사대가 있는 이곳에선 2021년 3월 로켓 공중 폭발로 금속 파편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머스크는 즉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카운티와 시 당국에 총 3,000만 달러(약 393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한 번도 이런 의사를 내비치지 않더니 사고 수습책으로 ‘기부 카드’를 쓴 것이다.
이는 단편적 일화일 뿐, 의혹의 핵심은 머스크재단의 ‘비정상적 운영’이다. 2001년 설립된 이 재단은 머스크가 2020년부터 70억 달러 상당의 ‘세금 공제 주식 기부’를 하면서 미국 최대 규모가 됐는데, 세법상 매년 자산의 5%를 기부해야 함에도 2021년과 2022년 모두 그에 못 미쳤다. 특히 2022년 기부액은 2.25%(1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NYT는 “머스크가 재단을 통해 절약한 세금은 20억 달러 이상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라며 ‘불성실 기부’를 꼬집었다.
기부금 용처도 문제다. 2021, 2022년 재단 기부금의 절반 이상이 머스크나 그의 직원, 또는 그의 사업체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NYT는 △스페이스X의 고객 △머스크 측근이 운영하는 다른 자선 단체 등을 머스크재단의 기부 대상으로 들었다. 사실상 ‘셀프 기부’였다는 얘기다. 캐머런카운티 사례에서도 기부금을 전달받은 지역 내 학교 두 곳이 모두 머스크의 사업과 밀접히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자선 센터 ‘어반 인스티튜트’의 벤저민 소스키스 연구원은 “다른 갑부들은 사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걸 기부 목표로 삼지만, 머스크재단은 ‘사업 개척’ 이외엔 (기부의) 방향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 ‘세계 부자 1위’ 타이틀을 거머쥔 머스크는 최근 테슬라 주가 하락 탓에 현재 3위로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이날 기준 그의 재산 가치는 무려 1,890억 달러(약 248조 원)에 달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한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지난 6일 그는 “미국 대통령 후보 어느 쪽에도 돈을 기부하지 않는다”는 글을 X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