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손해보험에 중복가입한 경우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자체적으로 분담해 지급한 뒤 이 사실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이후 보험금을 반환하게 되더라도 보험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피보험자(손해보험에서 계약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5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군 복무 중이던 2017년 6월 교통사고를 당해 경추 탈구 등 상해를 입었다. 삼성화재해상보험과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에 중복 가입했던 A씨는 삼성화재에 보험사고를 접수했다. 삼성화재는 다음달 8,000만 원을 지급한 뒤, 현대해상에게 보상금 분담 취지로 4,000만 원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했다.
그러다 이듬해 2월 현대해상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A씨가 재해부상군경으로 인정되면서 갈등이 생겼다. 당시 법원은 사고 경위 등을 토대로 A씨가 보훈보상자법에 따라 보상을 받으면 될 뿐, 국가가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상황이 바뀌자 현대해상은 "주지 않아도 될 보험금이 나갔다"며 A씨에게 4,000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삼성화재는 보험금 지급 채무를 대행했을 뿐, 4,000만 원을 준 실질적 주체는 현대해상"이라며 현대해상에 청구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결론은 달랐다. A씨는 삼성화재에게 보험금을 청구해 받은 것인 만큼, 현대해상과 A씨 사이엔 보험금 급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단 이유다. A씨가 보험금 수령 과정에서 현대해상이 보험금의 절반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안내 받은 적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보험자(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은 피보험자와의 관계에서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면서 "그 이후 이뤄지는 다른 보험자와의 부담부분에 관한 구상은 중복보험자 간에 내부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