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과 스크린, 무대 위를 넘나드는 배우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에게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섬세한 표정 연기로 공감을 유발하고 연극, 뮤지컬로는 함께 호흡하는 재미를 선물한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들도 무대를 향한 열정을 드러내왔다. 매체 연기로 톱스타 타이틀을 얻은 후에도 무대로 복귀했고, 관객들의 눈앞에서 연기를 펼쳤다. 물론 안타까운 속사정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본지에 "(드라마) 작품이 많이 없다 보니 배우들이 연극으로 더 많이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라마 편수의 급감은 많은 스타들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한예슬 역시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하고 싶은데 요즘 작품이 진짜 없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연극과 뮤지컬을 향한 열정으로, 드라마 수 감소라는 씁쓸한 이유로 많은 연기자들이 무대를 찾고 있다. 실력 있는 배우들이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연극, 뮤지컬 팬들은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을 즐겨왔다. 여러 작품들이 관객에게 만족감을 안기고 있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김수로가 제작한 '아트'다. 그는 오랜 시간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며 연극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아트'는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대표작이다. 오랜 시간 이어진 세 남자 세르주 마크 이반의 우정이 우연히 와해되고 다시 봉합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연극에 익숙지 않은 이들도 친숙하게 느낄 만한 배우들도 출연한다. '펜트하우스' 시리즈로 사랑받은 엄기준 박은석, 많은 작품에서 연기력을 증명한 박호산 이필모, '결혼작사 이혼작곡'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성훈 등이다. 성훈에게는 '아트'가 데뷔 후 첫 연극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아트'는 공감을 유발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유쾌한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흥미롭다. 세르주는 하얀색 바탕에 하얀색 선이 그려져 있는 그림을 5억 원에 구입하고, 마크는 이 작품을 '판때기'라는 말로 비하한다. 세르주는 마크에게 분노를 내비친다. 마크와 이반이 그림을 두고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세 친구 사이의 갈등은 점차 깊어진다.
다투기엔 별 것 아닌 이유로 보이지만 깊게 생각해 보면 놀라울 만큼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상에서도 많은 이들이 소소한 계기로 다툼을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우들이 캐릭터의 옷을 입고 보여주는 질투, 이기심 등의 감정 또한 누구나 갖고 있기에 쉽게 공감 가능한 것들이다. 배우들은 모두 안정적인 연기력을 뽐내며 '아트'의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
페어에 따라 달라지는 케미스트리 또한 '아트'의 매력이다. 최근 진행된 프레스콜의 장면 시연에서는 다양한 페어의 호흡을 볼 수 있었다. 같은 줄기의 내용이지만 배우가 애드리브를 즐기는 성향인지 아닌지에 따라, 캐릭터의 어떤 면모를 강조하는지에 따라 극의 결이 달라졌다. 그 결과 매번 신선한 시너지가 생겼다.
완성도 높은 극을 만들어내는 데는 총괄 프로듀서 김수로의 공이 컸다. 성훈의 활약 역시 김수로 덕에 볼 수 있었다. 성훈은 "연극은 예전부터 하고 싶었다. 기회가 없어서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로 형과 인연이 됐다. 수로 형이 대본을 줬다"고 밝혔다. 아울러 "3인극이다 보니 (세르주) 비중이 적지 않다. 두 번 정도 고사했다. 그런데 수로 형이 나랑 작품을 해본 분이다 보니 세르주 역을 하면 잘할 거라고 응원해 주셨다. 덕분에 연극 무대에 올라왔다"고 전했다. 총괄 프로듀서 김수로에게는 좋은 배우를 알아보는 눈이 있다.
'아트'는 2018년, 2020년, 2022년에도 관객들을 만났던 명작이다. 김수로는 본지에 "2024년의 '아트'는 그전부터 이 작품을 사랑한 관객분들께는 추억을, 처음 아신 분들께는 명작의 향연을 선물하는 연극이다"라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고전 연극을 넘나드는 제작사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이기도 한 그는 "좋은 작품을 폭넓게 보여드리고 싶다. 뮤지컬은 창작을, 연극은 고전이나 라이선스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김수로는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 '아트'와 관련해 "대출 6억 원 받아서 하는 거다. 좋아서 하는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예능에 웃음을 더해주는 멘트였지만 동시에 연극을 향한 그의 진정성을 담은 말이기도 했다. 총괄 프로듀서 김수로의 진심이 녹아든 '아트'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