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서 '인앱결제' 철퇴 맞은 애플, 한국 제재는 지지부진

입력
2024.03.05 19:00
방통위, 같은 이유로 작년 수백억 과징금 산정
애플·구글 강한 반발에 실제 부과는 아직
독점 규제하는 공정위는 방통위 의결 기다려야

유럽연합(EU)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관련해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로 애플에 18억 유로(약 2조7,000억 원)가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같은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 규제당국의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백억 원대 과징금 부과를 결정해 놓고도 사업자 반발에 부딪혀 집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애플에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한 반독점법 위반 행위는 ‘인앱결제’다.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운영업체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만 결제하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EU는 인앱결제를 강요한 애플이 ‘다른 결제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애플은 iOS(자사 기기 운영체제) 사용자에게 앱스토어 외부의 저렴한 음악 구독 서비스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애플에 대한 EU의 제재가 이뤄지면서 국내에서도 인앱결제 행위에 대한 비슷한 제재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2021년 9월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으로 규제하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세계 최초로 마련해 놓았다.

문제는 규제당국이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재 수위를 정했지만 최종 의결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통법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과 애플에 대한 인앱결제 행위를 조사한 후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시정조치안으로 구글과 애플에 각각 475억 원과 205억 원의 과징금을 산정했다. 그럼에도 과징금 실제 부과 조치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사업자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구글과 애플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이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며 "추후 일정에 대해선 아직 계획된 바 없다"고 말했다.

독점행위를 규제하는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지만, 제재 여부는 방통위 결정이 나온 이후에나 가능한 구조다. 전통법에 따르면 방통위가 적발·제재한 사안에 대해선 공정거래법으로 중복 제재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방통위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며 “(방통위와의) 중복 처벌이 아닌 다른 사안이 있을 수 있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앱결제란?
스마트폰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앱 마켓 운영업체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만 결제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구글과 애플 등은 자사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논란이 됐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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