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로 '5% 안팎'을 제시했다. 지난해와 동일한 수치이나 "무리"라는 회의적 반응이 쏟아졌다. '제로 코로나 정책 기저 효과' 덕이라도 봤던 지난해와 달리 총체적 경제 난국에 처한 올해 5%대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중국 최고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4기 2차 회의 개막식을 개최했다. 관례에 따라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 나선 리창 국무원 총리는 "올해 직면한 경제 환경은 전략적 기회와 리스크가 상존하고, 유리한 요소가 불리한 조건보다 강하다"며 5%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제시했다.
경기 부양책도 제시했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을 겨냥, 올해 1조 위안(약 185조 원)을 시작으로 수년간 초장기 특별부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을 위한 지방 정부 특수채권 발행액은 3조9,000억 위안(약 722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1,000억 위안 늘렸다. 아울러 올해를 '소비 촉진의 해'로 지정하는 등 내수 진작 의지를 드러냈고, 전기차·배터리·태양광 패널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신품질 생산력' 구호도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차갑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5% 안팎'의 성장 목표는 지난해의 '5% 안팎' 목표보다는 실질적으로는 더 높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해 5.2% 성장을 달성했다. 다만 이런 결과는 제로 코로나 정책 기간(2020~2022년) 경제가 곤두박질쳤던 기저 효과 덕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의 경우 이 같은 기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 위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외국인 투자 급감 등의 악재가 겹겹이 중국 경제를 포위하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각각 4.6%와 4.7%로 예상하는 등 5%대 미만 성장을 전망하는 곳이 많다.
미국 투자은행 나타시스의 게리 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내놓은 정책 방향과 메시지는 (중국을 외면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고객들에게 중국 자산으로의 이동을 권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중국 시장에 대한 강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중국은 이날 전인대에서 올해 국방 예산으로 지난해 대비 7.2% 늘어난 1조6,655억 위안(약 308조 원)을 책정했다. 300조 원 돌파는 사상 처음이다. 중국의 국방 예산 증가율은 2021년 6.8%, 2022년 7.1%, 지난해 7.2%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리 총리는 "조국 통일 대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중화민족의 이익을 지킬 것"이라며 대만에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지난해 업무보고 당시 나왔던 "평화 통일 추진", "대만 동포 복지 증진" 같은 유화적 표현은 배제됐다. 지난 1월 독립주의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대만의 새 총통에 당선된 데 따른 압박 차원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중국의 발전은 시 주석의 노력 덕분"이라고 칭송하며 "외교·경제 분야에서의 리더십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국가주석의 전통적 역할인 외교뿐 아니라 총리 영역이었던 경제까지 시 주석이 총괄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약 1시간가량 이어진 이날 보고에서 시 주석은 시종일관 무덤덤한 표정으로 간간이 박수를 치는 모습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