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만 앞질렀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3745달러

입력
2024.03.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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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 안정·명목 GDP 성장 덕
'통화 약세' 대만은 3만3,299달러
4만 달러는 요원... 7년째 박스권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년 만에 반등해 다시 대만을 앞질렀다. 다만 3만3,000달러 후반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쳐 정부의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에는 근접하지 못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기준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미 달러화 기준 3만3,745달러로 전년(3만2,886달러) 대비 2.6%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1년 전보다 3.7% 늘어난 4,405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총소득은 한 나라 국민 전체가 국내와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다. 이를 통계청 추계 인구로 나눈 1인당 GNI는 국민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1인당 GNI가 2022년 낙폭(-7.4%)을 일부 되돌림한 건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1% 상승에 그치는 등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달러 기준 1조7,131억 달러로 전년 대비 2.4% 성장한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환율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1인당 GNI는 다시 대만을 넘어섰다. 2022년 20년 만에 대만의 추월을 허용했는데 1년 만에 우위를 되찾아온 것이다.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NI는 3만3,299달러로 한국보다 446달러 낮았다. 최정태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자국 통화 기준 지난해 대만의 명목 GNI 증가율은 3.9%로 우리와 비슷했지만, 미 달러 대비 대만 달러화 약세(환율 4.5% 상승)가 원화 약세보다 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 달러대에 진입한 뒤로 7년째 박스권을 못 벗어나는 신세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늘었다가 코로나19 충격으로 2019년(3만2,204달러), 2020년(3만2,004달러) 연속 뒷걸음쳤다. 경기가 회복되고, 원홧값이 오르면서 2021년 3만5,523달러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듬해 교역 조건 악화와 원화 약세가 나타나며 다시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질 GDP는 각각 전기 대비 0.6%, 전년 대비 1.4% 성장했다. 1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다만 속보치 추계 때 이용하지 못했던 자료를 추가 반영한 결과, 4분기 건설투자(-0.3%포인트)는 하향됐고 수출(+0.9%포인트)과 수입(+0.4%포인트), 설비투자(+0.3%포인트) 등은 상향 수정됐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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