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개막한 가운데 중국이 '국무원 총리 기자회견' 폐지를 예고했다. '시진핑 원톱 체제' 가속화 흐름을 타고 2인자인 총리의 입지가 날로 줄어드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루친지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전인대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전인대 폐막 뒤 총리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이번 전인대 이후 몇 년간 더는 총리 회견은 개최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총리 회견 폐지를 선언했다.
중국 서열 2위인 총리는 통상 양회에서 전인대 개막일에 정부공작보고(정부 업무 보고)를, 폐막 직후에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해왔다. 중국 지도자에게 직접 질문을 던질 기회가 제한적인 중국 취재 환경 탓에 양회 무대에서 펼쳐지는 총리 회견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전인대의 이번 결정으로 총리 회견은 주룽지 총리 시절인 1993년 총리 회견 정례화 이후 30여 년 만에 중단됐다. 다만 전인대 개막일에 이뤄지는 정부 업무 보고는 관례대로 리창 총리가 주관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2인자의 공간을 내주지 않겠다는 시 주석의 의중 이행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1·2기 체제 시절 리커창 당시 총리와 경제 분야 정책을 두고 기싸움을 벌여 왔다. 경제 정책은 주로 총리가 주도했던 이전과 달리 시 주석이 직접 경제 정책을 챙기기 시작했고, 결국 리커창 전 총리는 주요 경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취임한 리 총리는 재임 1년간 해외 고위 인사나 경제계 리더를 만난 횟수가 전임 총리보다 적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CNN방송은 "모든 정책에 대한 시 주석의 통제가 총리의 역할을 더욱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회는 이날 정책 자문기구 격인 정협 개막식을 시작으로 일주일간의 회기에 돌입했다. 정협은 전날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경제'가 정협 위원들의 주요 관심사"라며 경제 위기 극복이 이번 양회의 주요 화두로 다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입법기구이자 양회의 실질적 축인 전인대는 5일 개막한다. 리 총리는 이날 정부 업무 보고를 통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한다. 정협과 전인대는 10일과 11일 각각 폐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