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필요한데 하자니 부담"... 병원·학원 등 온라인 노조 만든다

입력
2024.03.04 12:05
직장갑질119 온라인 노조 추진위 출범
대기업은 3명 중 1명 노조원, 소기업은 1%
조합비 월 5000원 정도 가입 문턱 낮추기

직장인 10명 중 7명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13.1%(2022년 노조 조직률)뿐이다. 노조 가입에 따른 불이익 우려, 조합비 부담 등 때문이다. 작고 열악한 일터일수록 노동자가 목소리 내기 힘든 현실을 바꿔보고자 병원, 사회복지시설, 강사·트레이너 등 업종을 중심으로 익명 활동이 가능한 '온라인 노조' 설립이 추진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최근 '온라인 노조 추진위원회'를 결성했으며, 올해 상반기 내로 △중소 병·의원 △사회복지시설 △강사·트레이너 3개 업종에서 온라인 노조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변호사·노무사 등 직장갑질119 운영진이 초기 주체가 돼 3월부터 온라인 노조를 함께 준비할 회원을 모집하고, 4~5월 교육과 모임을 거쳐 상반기 중 출범하는 게 목표다. 해당 분야가 우선 선정된 것은 '직장 갑질 상담과 제보는 많은데 보통 직장 규모가 작아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기 어려운 업종'이라는 판단에서다.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7명(71.4%)은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 가능)로는 △불이익 우려(39.1%) △기존 노조 활동에 대한 신뢰 부족(34.4%) △조합비·집회 참여 부담(31.9%) 등이 꼽혔다. 국내 노조 조직률은 회사 규모에 따른 격차가 심해 300인 이상 대기업은 36.9%이지만 30~99인 기업은 1.3%에 불과(2022년 기준)하다.

이에 추진위는 노조 가입이 어려운 중소기업 직장인도 쉽게 가입해 활동할 수 있도록 조합비는 월 5,000원 정도로 유력 검토 중이다. 보통 조합비가 통상임금 1%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덜하다. 또 가입할 때는 본명, 휴대폰 번호, 직장 등 기본 인적사항을 내지만 실제 활동은 온라인을 통해 '익명'으로도 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노동 관련 정보 제공, 업종 특성에 맞는 전문적인 노동 상담 제공, 문제가 심각한 사업장에 대한 근로 감독 청원 등 여러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직장갑질119는 "작은 병·의원 원장은 '절대 군주의 권력'을 가진 데 반해, 병원 노동자들을 보호할 노조는 없어서 해고·징계·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한 대우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매우 어렵다"며 노조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족 경영 등으로 인한 폐쇄적 운영과 '갑질'이 잦은 사회복지시설 내 종사자, 근로계약 대신 프리랜서 계약이 만연해 임금체불 등 문제 상황 시 보호를 받기 어려운 학원·운동시설 강사 등도 노동권 보호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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