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퀴리 역할은 제 인생을 돌아보는 캐릭터가 됐어요." 공주와 황후 전문 배우였던 김소현이 이전의 연장선이 아닌 '마리 퀴리'로 무대에 섰다. 누군가는 김소현의 '마리 퀴리'를 보고 뮤지컬 인생의 세 번째 장이 올랐다고도 바라봤다. 지난 2021년 '마리 앙투아네트' 이후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로 복귀하면서 무대와 관객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 김소현을 만나 소감을 들었다.
김소현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뮤지컬 '마리 퀴리' 관련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마리 퀴리'로 김소현은 '인생 캐릭터'를 또 다시 갱신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여성 이민자라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 맞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최초로 노벨상을 2회 수상한 과학자이자 인간이었던 마리 퀴리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김소현이 빠듯한 일정과 부담 속에서 '마리 퀴리'를 선택하게 된 계기에는 남편인 손준호와 소속사 팜트리아일랜드 대표인 김준수의 응원이 컸단다. "처음에는 어떻게 표현할지 자신이 없어서 거절을 했어요. 이때 김준수에게 밤늦게 전화를 해 '마리 퀴리'를 이야기하면서 자신 없어서 고사를 했다고 하니 김준수가 '누나 그냥 해요'라고 하더라고요. 누나만의 마리퀴리라고 하는 걸 듣고 마음이 바뀌게 됐어요. 해 봐야겠다고 생각해 다음날부터 연습실에 갔고 모두가 깜짝 놀랐어요. 늦은 만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면서 연습했어요."
김소현은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엘리자벳' '지킬 앤 하이드' '명성황후' '모차르트!' '안나 카레리나' '마리 앙투아네트' 등 국내 여성 뮤지컬 배우 정상급에 올랐다. 어느덧 데뷔 23년차이지만 그에게도 '마리 퀴리'는 너무나 큰 숙제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유에 대해 "스스로 마리 퀴리와 가까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연습을 하면서 너무 비슷한 것이 많았다. 제 삶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녹아져 있다. 누군가의 딸, 엄마, 부인 등 마리퀴리의 일이지만 공감이 많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소현은 마리 퀴리에 자신을 투영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면서 "공연할 때마다 제 자신이 자꾸 캐릭터에 들어가면 흐름이 깨진다. 나는 마리퀴리지, 김소현 나 자신으로 대사를 하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면서 "관객들도 본인의 일인 것 같은 대사가 많다고 한다. 이건 내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대사가 많다"라고 느낀 바를 짚었다. 아들 주안을 키우는 워킹맘인 김소현은 마리 퀴리가 과학자인 피에르를 남편으로 둔 지점에서도 크게 공감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저도 남편과 뮤지컬을 하면서 만났고 같이 이 일을 하면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남편이 부인이 일을 할 때 도움이 주는 부분, 풀어가는 과정이 많이 공감이 갔다. 제 결혼 생활이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간 손준호와 함께 무대에 많이 섰기 때문에 부부의 호흡은 최상급이다. 이이번 마리 퀴리를 준비하면서 손준호가 피에르의 역할을 대신해 연습해줬다는 비하인드도 들을 수 있었다. 김소현과 손준호는 연예계에 소문난 '잉꼬부부'다.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가족 예능으로 공개됐고 많은 이들의 응원을 자아냈다. 이를 두고 김소현은 "남들보다 사이가 조금 더 좋은 정도다. 저희도 똑같은 부부"라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아무래도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극한으로 달리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일에 지장이 간다. 싸우다가도 사랑 노래를 불러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분이 풀어진다"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최근 김소현과 손준호 부부, 그리고 아들 주안의 근황이 웹예능으로 깜짝 공개되기도 했다. 김소현은 "정말 오전 5시에 기습 방문할 줄 몰랐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그때 와서 너무 부끄러웠다"라고 떠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오 마이 베이비' 이후 7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주안의 똘똘한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올해 11세인 주안은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면서 남다른 의지를 피력했는데 이 모습을 두고 김소현은 "서울대 진학 이야기는 예능용으로 한 것 같다. 아들이 연세대가 나쁘냐고 물어봤다. 제가 연세대가 부끄럽다고 한 적이 없는데.(웃음) 저와 남편 둘 다 예체능이기 때문에 서울대, 연세대가 강조되는 것이 학교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톱 뮤지컬 배우인 부모를 둔 만큼 주안의 음악 재능도 궁금증을 모았다. 김소현은 "주안이 목소리가 너무 좋다. 음감도 너무 좋다. 노래를 배워보겠냐고 묻자 하고 싶을 때 말하겠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으니 이과를 가고 싶다고 했다. 제가 '마리 퀴리'를 한다고 하니까 비웃더라. 딸 같은 아들"이라고 말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손준호와 김준수의 응원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임한 '마리 퀴리'는 김소현에게 어떤 영향을 남겼을까. "'마리 퀴리'를 하기 전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어요. 작품을 하고 나니까 내가 먼저 한계를 두고 차단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리 퀴리'를 하고 나니 긍정의 힘이 크게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