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항기 불시착' 단독 협상... 김응열 전 2군단장 별세

입력
2024.03.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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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중국 민항기 불시착 사건’ 당시 비행기 납치범과 단독 협상을 벌인 김응열 예비역 육군 중장이 3일 오전 3시 40분쯤 별세했다. 향년 96세.

김 중장은 1928년 강원 고성군에서 태어났다. 1944년 중국에 있던 일본군 예비사관학교를 나와 38선 이북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1947년 월남했다. 1948년 부사관교육을 받은 후 국군의 전신 조선경비대 중사로 입대했고 이후 6·25 전쟁 중 육군제병학교(1기)를 거쳐 중대장으로 동해안진격작전·백암전투·원산 탈환작전 등에서 전공을 세웠다. 베트남전쟁에도 참전했으며 육군 36사단장,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육군대학 총장, 1982∼1984년 제2군단장, 육군교육사령관을 지낸 뒤 1986년 예편했다.

김 중장은 2군단장 시절인 1983년 5월 5일 납치범 6명이 중국 민항기를 납치해 대만행을 요구하며 춘천 미군기지에 불시착했을 당시 비무장 상태로 통역관 1명, 연합사 작전참모 1명과 함께 비행기 안에 들어가 3차례 협상을 벌인 끝에 탑승객 전원을 경찰에 인계했다. 1953년 휴전 이후 한중 간 첫 공식 접촉이다. 중국은 이듬해 공산권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참가를 선언했다. 그로 인해 불어온 한중관계의 훈풍은 1992년 한중 수교로 열매를 맺는 단초가 됐다.

김 중장의 빈소는 대전성심장례식장 VIP 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 오전 7시.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 유족은 부인 안덕순씨와 2녀(김기주·김기원), 사위 김종배(전 계명대 교수)·이동형(한밭대 교수)씨가 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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