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첫 홈런', 고우석 '첫 홀드'... '바람의 가문' 맹활약

입력
2024.03.0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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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2루타·홈런 '멀티히트'... 2경기 연속 안타
고우석 빅리그 데뷔전서 1이닝 무실점 홀드

‘바람의 가문’이 메이저리그(MLB)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는 빅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때렸고, ‘바람의 손녀사위’ 고우석(샌디에이고)은 첫 등판에 2탈삼진 무실점 홀드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2024 MLB 시범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정후는 경기 초반부터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1회초 상대투수의 커브를 받아 친 타구가 우익수 키를 넘기며 첫 타석부터 2루를 밟았다. 예열을 마친 그는 두 번째 타석에서 곧바로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0-2로 뒤진 3회초 2사에서 4구째 직구를 당겨 쳤고,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이로써 이정후는 빅리그 첫 홈런을 비거리 418피트(127.4m)짜리 대형 아치로 장식했다.

그는 세 번째 타석인 6회 1사에선 3루 땅볼로 아웃 됐고, 1-2로 뒤진 6회말 교체 아웃 됐다. 샌프란시스코가 이날 기록한 유일한 득점은 이정후의 홈런으로, 팀은 애리조나에 1-2로 졌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스프링캠프 훈련 중 경미한 담 증세를 보여 예상보다 늦게 시범경기에 투입됐지만, 첫 출전이었던 지난달 28일 시애틀전에서 3타수 1안타를 치며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 멀티히트까지 기록한 이정후의 타율은 0.500(6타수 3안타)으로 올랐다.

이정후의 매제 고우석은 같은 날 애리조나주 메사의 호호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5-3으로 앞선 8회말 팀의 일곱 번째 투수로 올라와 1이닝 2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첫 경기부터 홀드를 챙겼다.

고우석은 첫 타자 타일러 소더스트롬을 상대로 3구 삼진을 잡았고, 대타로 나온 박효준을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쿠퍼 보먼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빅리그 첫 피안타를 기록했지만, 후속 타자인 맥스 슈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투구 내용도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93마일(약 149.7㎞)로 측정됐고, 4사구를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특히 15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헛스윙을 다섯 차례나 유도했다.

고우석이 빅리그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개막 로스터 진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는 지난해 1월 샌디에이고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에 계약했지만, 처남 이정후에 비해 팀 내 입지가 좁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고우석은 이날 호투로 샌디에이고 코칭스태프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더불어 마무리 투수 유력 후보였던 마쓰이 유키가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이고, 기존 필승조 투수인 로베르토 수아레즈도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고우석이 마무리 보직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고우석은 이에 대해 “보직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투수다. (출격 명령이 떨어지면) 마운드에 올라가 아웃 카운트를 잡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나는 세 가지 구종(직구·슬라이더·커브)을 자신 있게 던진다. 그것이 KBO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메이저리그는 KBO리그보다 수준이 높지만, 난 계속해서 이 세 구종을 무기로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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