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득이 늘고, 적자 가구 비율이 줄어드는 등 가계소득 여건이 개선됐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대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이같이 평했다. 그러나 가구의 사업‧근로소득이 아니라, 정부가 지원하는 ‘이전소득’에 힘입은 결과인 만큼 반쪽짜리 개선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위 20%인 1분위 가구만 적자에 허덕이는 데다, 전체 가구 중 유일하게 소비를 줄여 고물가‧고금리 부담이 경제적 약자에게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대해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증가했고 1분위의 소득증가율이 5분위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1분위 소득증가율은 4.5%다. 전체 평균과 5분위(상위 20%) 소득증가율(3.6%)보다 높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7.4% 급감했다. 근로소득이 소폭 증가(1.4%)했음에도 전체 소득증가율이 4%를 웃돈 건 정부의 이전소득 때문이다. 경제활동으로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줄었지만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지원금이 늘면서 전체 소득이 늘었다는 뜻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부진 상황에서 정부 역할을 한 것이지만, 소득 여건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하려면 정부 개입은 빼야 한다”며 “보조금을 쥐여주고 소득 여건이 좋아지고 분배도 나아졌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전년 동기(5.53배)보다 떨어졌지만, 이전소득을 빼고 추산한 값은 오히려 확대(10.38→10.98배)됐다. 해당 배율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뒤 5분위 소득이 1분위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숫자가 낮을수록 빈부격차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처분가능소득으로 살펴봐도 가계소득 여건은 모든 분위에서 나아지지 않았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약 283만 원)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1% 늘었지만,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오히려 0.5% 줄었다. 1~5분위 중 1분위만 가계지출이 감소했다.
적자 상태(월평균 29만1,000원)에 놓인 것도 1분위가 유일하다. 소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전체 소비가 처분가능소득을 웃돈 탓이다. 나머지 2~5분위 가구는 모두 흑자였다. 특히 5분위 가구에선 처분가능소득에서 모든 소비지출을 제하고도 월평균 358만7,000원이 남았다. 주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회복의 온기가 내수까지 이어져 1분위 가구의 시장 소득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